내이름이박힌책한권

無時

by 허정구

날씨 참 좋다. 따뜻하고 바람도
살랑사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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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내일 비 온다 하는 소리에
회사에 잠시 들렀다. 비 맞으면 안 되는 게 있어서

친구. 무시가 기다리고 있었다.
無時는 떠돌이 개인데 어느 날 사무실에 찾아왔길래
마침 남은 도시락을 챙겨주었고

그리곤
때때로 찾아오며 내가 주는 情을 아무런 이유 없이 받아주는 친구가 되어

혹시나 지나가다 들르면 밥 한 끼 먹고 가라고 사료를 사 와서
그릇에 담아두는 그런 내겐 친구가 되었다.

어제도 퇴근길에 無時 밥그릇에 한 그릇 가득 사료를 채워두고 갔는데

어느새 찾아온 無時는 사료를 다 먹은 빈 밥그릇 옆에
무심히 조용히 앉아 있었다.

"반갑다 無時야!"

봄바람처럼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無時에게
난 서둘러 준비해 둔 사료를 붓어주고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붓어주었다.

"바그작바그작"
맛나게 먹는 無時를 보며 즐거웠다.

그리고, 또 無時는 떠나갔다.
어딘가로 또 다른 우연의 인연을 맞으러 이 봄날에 나들이를 갔나 보다.

난 다시 無時 밥그릇에 넘치듯 사료를 붓어두고
나도 떠난다
이 봄날에... 어떤 우연. 인연은 없을지라도
그냥 엊그제 고속도로에서 바라본 산 중턱을 지나는 국도의 벚꽃길을 찾아가 보려 한다.

사랑은 이런 거 아닐까...
그냥 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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