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이름이박힌책한권

모른다는 건

by 허정구

모른다는 건 참 난감한 일이다.
시험문제를 몰라도 난감하지만
경험하지 않은 공간에 놓이거나 경험하지 않은 일에 직면하거나 낯선 사람들 속에 낯선 환경에 놓여지면 난감하다.

대부분 누구나 한 번은 (때론 몇 번 더) 새로운 일터를 구하게 된다. 그렇게 구해진 일터는 낯설지만 또는 사람은 낯설지만 하루의 수고를 마치고 나면 익숙한 생활의 공간(집)으로 돌아와 쉬며 잃어버린 기운을 다시 회복하고 또 일터로 향하며 그렇게 반복되는 생활 속에 조금씩 새로움에 적응해나간다.

하지만 전혀 낯선 공간과 낯선 사람과 낯선 일이 모두 한꺼번에 겹치면 (조금) 두렵다. 지금의 내가 그러한 기분이다. 마치 서울로 첫 실습여행을 떠나오던 그날의 느낌이랄까.

대구에서 기차를 타고 큰 트렁크 가방에 새로 산 양복 2벌과 흰 와이셔츠 두어 벌 그리고 밥그릇과 숟가락을 가지고 서울역에 도착했고 그렇게 서울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직장상사이자 선배는 서울역에 마중 나와 첫 상경을 반겨주며 자하문터널 뒤 세검정의 여관 옥탑방을 달방으로 얻을 수 있도록 알선해주었고 그곳에서 한동안 머물렀다.

그렇게 새로운 환경에 새로운 일터에 새로운 사람들과 적응하며 1년이 지나고 또 1년이 지나고 늘 錦衣還鄕을 꿈꾸었는지도 모르겠다. 다들 누구나 그런 것처럼...

새로운 일터가 그곳에 있기에 나는 내일 제주도에 간다.
경력자로 뽑혔으나 내가 경력자인지조차 모르겠다. 오늘 몇 년 만에 이력서를 쓰며 여전히 나에 대해 설명하고 보여주고 이해를 시켜야 하는 내용에 쓸 마땅한 말이 없더라. 10년 전에도 그 10년 전에도 '나는 누구다'라고 나타낼 게 묘했는데 여전히 나는 이름 석자 외엔 딱히 변한 게 없는 그대로인 거 같아... 씁쓸했다.

내가 누구냐... 난 누구냐... 물으면 난 이름만 댄다. 그게 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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