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이름이박힌책한권

관리

by 허정구

생각해보니 저는 저처럼 일을 했네요.

관리자로서 현장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란 것은 같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하늘을 보고, 별을 보고, 바람을 느끼고, 구름을 보고, 햇살을 받고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상황들-하늘. 별. 바람. 구름. 햇살-이 같다는 거죠. 근데 이 상황=(일)을 받아들이고 해석하고=(느끼는 감정들) 처리하는 방식은 다르다는 거죠.
이처럼 주어진 일이란 동일한 명제 앞에서 저는 저의 방식대로 방법대로 해석하고 진행했었고 그게 마음에 들었다면 참 다행입니다. 그러나, 제 방법이 맞다 틀리다는 아닌 것 같습니다.

새로운 누군가를 찾는데 저처럼 일 할 사람을 구한다는 건 참 아쉬운 일이라 생각 듭니다. 그는 제가 아니기에 그는 그의 방식대로 해석하고 진행할 것이고, 그것이 관리가 아닐까란 생각이 문득 듭니다. 제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면 그건 제가 머문 그 시간까지이고, 새로운 그의 방식 또한 분명 뭔가가 있을 겁니다.

관리라는 것. 관리자라는 것은 동일한 생산라인에서 동일한 제품을 동일한 공정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닌 무수히 많은 다양한 해석의 방법과 무수히 많은 다양한 진행방법들로 인해 무수히 많은 다양한 결과물들이 나올 수 있는 일이란 생각을 이 순간 깨닫게 됩니다.

왜 몰랐을까요? 관리란 것이 예술의 세계처럼 다양한 세상이라는 것을...

바둑을 둡니다.
흑. 백 서로 동일한 공간에 각기 서로 한 점씩 한알씩 둡니다. 이어 붙이기도 하고, 한 칸 띄기도 하며, 때론 좌상귀에서 우상귀로, 하변을 공략하기도 하고 중앙으로 파고들기도 하고 한수 한수 두다 보면 결국 바둑 판에는 흑과 백이 백과 흑이 공간을 양분하게 됩니다. 그리곤 어느 한쪽이 이기게 됩니다. 때론 만방으로 지기도 하고, 때론 반집승을 거두기도 합니다.

관리가 바둑인 거 같습니다. 주어진 바둑판에 바둑알을 놓듯 하루하루 쌓아 가다 보면 결과물이 나타납니다.

똑같은 대국은 없듯 똑같은 관리도 없을 거 같습니다.

저는 저처럼 제 방식대로 최선을 다해 현장관리를 했습니다. 새로운 누군가는 또 그의 방식대로 최선을 다해 현장을 새롭게 이끌어 갈 것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사나 봅니다. 저는 단지 저처럼 일을 했고 저는 떠나니 부디 저를 찾지 마세요! 저는 벌써 멀리 떠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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