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내이름이박힌책한권

다시 원래대로

by 허정구

이틀 동안 3년 동안 살아온 방 짐 정리를 했다.
이 방이 이렇게 넓었나 싶을 정도로 확 트인 공간에서 난 마지막 잠을 자려한다.

많은 것들을 치우고 버리며 구석구석 쌓여진 먼지들을 닦아내며, 나 스스로를 닦아내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갔다.

삶이란 이런 거 같다.

쌓아두고 모을게 아니라 늘 항상 비우는 거...

고향 집에 갔더니... 어머니는 내가 군 복무를 마치고 가져온 추억록(사진첩)과 군생활의 소소한 기억이 담긴 물건들을 버렸다 했다.

내 친구에게 준 3박스의 담근 술과 지역 전통주 그리고 남겨진 몇몇의 양주들도 친구가 확인해보곤 다 버렸다 한다.

차마 난 버리지 못하고 10년을 싸 짊어지고 다니던 것들을...

의미는 내게만 남아있고
추억은 내게만 존재하고

버리자!
쌓아 둔 것들을 버리니 이렇게 넓은 아늑한 공간이 생기는 것을... 왜 그다지도 끌어안고 지내온 건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이름이박힌책한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