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로 일하러 가게 되었다고 작은 아버지께 전화를 드렸다. 직접 찾아뵙고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 떠나면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 들었지만 짧은 시간 내에 결정된 일이고, 지난주에 최종 확정이 되어 주말 동안 광양 생활을 짐 정리해야 했었기에 금요일 퇴근 후부터 이사 짐 정리를 시작하여 어제 대구 어머니께도 잠시 들러 짐만 덩그러니 옮겨두고 저녁밥만 먹고 왔다.
아주 어릴 때는 방학이면 늘 시골에 가서 살았고 그렇게 머무는 동안 여름철이면 포도 수확일을 도우며, 겨울이면 산에 나무하러 따라다니며 지냈기에 20살 남짓 지날즈음 돌아가신 아버지의 자리엔 작은아버지가 계셨다.
늘 그러하듯 "어 그래. 별일 없고"로 시작하시는 작은아버지께 짧은 안부를 여쭙고, 이런저런 준비 및 정리로 찾아뵙고 말씀드리지 못한 채 내일모레부터 제주도로 가 일하게 되었음을 말씀드리고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찾아뵙고 안부 여쭙는다 하고 통화를 마쳤다.
그리고, 약 1시간쯤 지났을 때 작은아버지로부터 전화가 왔다. 전화기 너머에선 목이 쉰 듯한 목소리로 제주도까지 가서 일하는 내가 맘에 걸리셨던지 지난해에 포도밭에 새로 나무를 갈았으니 내년이면 수확이 가능하다시며... 시골로 오라고 하셨다. 어렵게 객지 생활을 하는 내게 뭐 하나 도와준 것도 없는데 너를 그 먼 곳까지 보내고 어떻게 지내시냐면서 목이 메인 목소리로 오십 줄에 이른 조카 놈의 느닷없는 제주도행 소식에 맘 걱정을 하시며, 농사지을 수 있도록 다 준비해 줄 테니 오라시는 그 말씀에 울컥 나도 눈물이 났다. 아마 어머니도 그러하셨을게다. 아마 더 하셨을게다.
제주도라는 곳이 내게 어떤 의미를 가져다줄까...
대구에서 서울. 서울에서 전북 김제. 김제에서 전남 광양. 그리고 이번에 광양에서 제주 서귀포로 25살에 시작된 객지 생활이 25년이 지나며 큰 섬으로 간다.
죄송해요. 좋게 잘 살지 못해서 너무 걱정 마세요. 작은아버지! 저 잘하고 있어요. 다들 잘한다고 칭찬도 많이 해요. 자주 연락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