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정구 Sep 03. 2019

그사람생각

10년 만에 마시는 베네딕틴

그사람 만난 날이 7년
그.리.고.
그사람 잊고 지낸 날이 7년

그렇게 7년에 7년이 지난 어느 날 그사람 다시 한번 만나 알게 된 술이 베네딕틴이었다.
꼬냑이라했던가
잔을 바닥에 눕혀 넘칠 듯 넘치게 않게 찰랑찰랑하게 채우면
그게 까페에서 파는 한 잔술이라며
술맛 모르고 술 잘못먹는 내게 권해주었던 그 베네딕틴

그리곤 나는 서울로 와서 그 베네딕틴과 항아리 같은 그 잔을 샀었다.
그리곤 아주 때때로 밤 잠 못 이루는 날엔
그날처럼
그날 배운 대로
잔을 눕혀 딱 한잔 마시곤 했었다.

그렇게
집 떠나며 잊혀지고
집 떠났기에 나 따라 한참 뒤 택배로 보내어진 박스를
김제 목장에서
그리고 광양 원룸에서 쌓아두기만 했는데

이곳 제주도 떠나오며
남은 애들은 각자 제 갈길 보내고
챙겨 온 베네딕틴

그 술 한 모금 마셨다.

10년보다 더 많은 날이 지났건만
여전히 변함없이 그때처럼
끈끈한 듯 끈적이 듯 그렇게 양주라서인가 독하네.

그 맛은 잊혀지고 그사람처럼 남은 기억은 없지만
빈속에 찌르한 느낌은
소주 하곤 다르고 맥주 랑도 다르지만
기억은 어제인 듯 오늘인 듯 선명하네.
여전하네. 그사람생각

매거진의 이전글 그사람생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