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자를 지난 회식 때 선물 받았다. 일터의 중국 관리자로부터 연초 회식 때 받은 책자는 온통 중국 글로 되어 있었고, 중국인을 위한 제주관광 안내책자인 줄 알았는데 한 권은 예상대로 제주도 전체를 구역별로 사계절 시기별로 관광 안내하는 책자였고, 한 권은 그분의 문집이었다.
이는 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작가로부터 직접 받은 문집이 되었고, 평상시 서로 업무적 의사소통은 통역을 통해 이뤄지기에 개인적 생각은 공유할 수 없었지만 내가 느낀 그분에 대한 뭔가 큰 느낌에 대한 실체에 조금이나마 다가갈 수 있는 시발점이라는 생각을 하며 - 글에는 작가의 평소 개인적 생각과 느낌. 가치관등이 담겨있음을 알기에 - 그 내용이 궁금했다.
우연히 핸드폰의 번역 앱을 이용하면 간단한 말이나 글이 쉽게 번역됨을 알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사진 이미지 또한 어플이 인지하고 번역해 줌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한 단락 한 단락 사진으로 찍어 번역한 것을 책에 깨알같이 옮겨 적다가, 책자를 스캔해서 이미지 파일로 저장해서 번역하면 더 빨리 정확하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까지 미치게 되었고, 이는 현실이 되어 어제 하루 종일 문집 번역을 했다.
물론, 번역 어플이 정확한 감정 전달. 비유까지 할 수 없음을 알지만, 전혀 아무것도 모르는 내겐 한 줄기 희망의 빛이었고, 마치 뭐릴까... 전혀 미지의 세계였던 곳이 현실로 내게 증명되는 그런 즐거움까지 느끼게 해 주었다. "외국서적을 번역하는 느낌이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쾌감과 함께 중국어를 1도 모르는 내가 그 내용을 핸드폰을 통해 몇 번의 복사와 붙이기를 통해 내가 읽을 수 있는 글로 바꿀 수 있는 세상이라는 것에 놀라며, 급변하는 세상 그 중심에 내가 그 일을 하고 있다는, 그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믿을 수 없는 나의 능력에 놀라고 있었다.
꼬박 하루 동안 50여 편의 짧은 글이 한글로 번역이 되어졌고, 번역된 내용을 프린터 해서 읽을 수 있었다.
새로운 글에 대한 설레임. 그것도 문화가 다른, 내가 아는 분이 쓴 글, 직접 마주치며 느낀 높은 품격의 중국분의 글이라는 생각에 기대감은 급상승해있었다.
처음에 한 편의 글을 한 시간 남짓 걸려 번역된 결과를 읽을 때 전혀 생뚱맞은 내용과 앞뒤가 안 맞는 것도 있었지만... 전체적인 맥락이라도 알 수 있음에 감동했었기에, 긴 시간을 들여 수고를 마다않고 결과물을 얻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낸 기분까지 느끼며...
한 번 읽고 또 한번 더 읽어 봤다. 잘 이해되지 않았다. 어플은 직역이겠지. 혼자 생각했다. 아쉬웠다! 글은 비유와 은유적 표현 등 글쓴이의 무수한 감정이 한 글자. 한 단어. 한 줄. 한 단락에 담겨 있을 텐데 그러한 감정과 표현은 날아가고, 한 글자가 한 단어가 앞뒤 문맥에 따라 그 의미(뜻)가 달리 표현되어 작가의 감정이 표현되어 있음을 이해해야 하는데 핸드폰의 번역 어플은 감정이 없으니 그냥 있는 그대로 단어가 가진 여러 가지 의미들 중 선택된 한 가지로만 번역되다 보니 앞뒤 문맥도 의미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아! 번역이란 게 이렇게 어려운 거구나!" 서로 통하는 말과 글도 잘못 이해되고 오해될 수 있음을 아는데, 말과 글이 다른 외국어를 번역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고, 그 말과 글에 실린 감정을 옮긴다는 건 어찌 보면 불가능한 일일 수 있음을 생각했다.
하지만... 내겐 선물 받은 문집을 이해할 방법이 없었고 그나마 이렇게 라마 전체의 1/100이라도 아니 1/1000이라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에 만족하고 좋은 느낌을 가지려 한다.
말이란 글이란 생각과 감정을 유형화하는 실체임을 안다. 오로지 나의 생각과 나의 감정이 나만의 글과 나만의 말로 표현되어 형상화됨을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