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이름이박힌책한권

핸드폰

by 허정구

그러고 보니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핸드폰이 본인 자신의 전부다.
손에서 놓지 않고...
항상 반드시 있어야 하는

핸드폰을 잃어버린다는 건 마치 그간의 모든 걸 잃어버리는 것처럼
순간 당황하게 되고, 혼란스럽게 한다.

핸드폰일 뿐이지만 그 핸드폰은 나의 분신이기에
전화만 받고 걸던 핸드폰이 나 대신 모든 걸 기억한다.
친구와의 대화 내용. 추억이 어린 사진. 내가 아는 모든 분들의 연락처까지

있어야 할 핸드폰이 없다는 걸 아는 순간
아•무•것•도 •할•수•없•다•

여전히 나는 가방에 다이어리를 가지고 다닌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나 역시 핸드폰을 통해 이렇게 나만의 이야기와 느낌들을 보이지 않는, 알지도 못하는 어떤 가상의 공간에 남긴다.
다이어리에는 그 누구의 전화번호도 없고

머리로 기억하는 번호는 오로지 내 폰번호가 전부이고
사진관에서 사진을 찾아본 기억도 십수 년 전 일이듯

핸드폰은 나 대신 기억하고
핸드폰은 나 대신 찾아가고
핸드폰은 나 대신 저장한다.

서귀포에서 공항으로 가는 버스 안이었다. 첫 출발지를 떠나 두어 번 지난 중간의 어느 정류장에서 버스에 탄 어느 아주머니는 본인의 손가방에 핸드폰이 없음을 알고, 당황하고 놀란 마음과 얼굴로 내게 핸드폰을 빌렸고, 어딘가로 연락했으나 버스 내에서는 아무런 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더불어 지인 역시 전화를 받지 않았는지 더 당황스러운 아주머니는 다음 정거장에서 부랴부랴 내렸다.

내 전화기에 남겨진 번호로 연락해서 핸드폰 때문에 '강창학경기장에 내려서 기다린다'라고 꼭 연락을 전해 달라는 문자로라도 전해 달라는 부탁만 남기고...
난 안타까운 마음에 짧게 상황을 설명한 문장으로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걸었다. 짧지만 긴 신호음이 전달된 뒤 전화통화는 되었고, 전달 요청받은 상황을 전달했다.
'근데 그 아주머니는 핸드폰 때문에 당황한 나머지 부랴부랴 내린 뒤 버스 짐칸에 실어둔 캐리어를 두고 버스가 떠나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했다.

"몇 시 비행기세요?"
"13:35"
"그럼 걱정 마세요! 전 14:05 비행기니 제가 가지고 있다가 공항에서 전달해 드릴게요!"
"공항에 도착하시면 연락 주세요!"

가방은 내가 찾아드릴 수 있는데... 핸드폰은 꼭 찾으셨으면... 좋겠다! 는 마음으로 공항에 도착한 버스 짐칸에 덩그러니 2개의 가방을 꺼내고 사진으로 보내 확인 후 출국장 앞에서 기다렸다.

전화가 오고...
"3층 출국장 앞 1번 GATE에 있습니다!"라고
통화를 했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조금 뒤 걸려온 전화기 속의 아주머니는 아까보다 더 놀란 목소리로, GATE 1번을 출국장 안 탑승게이트 1번이라고 아시고 먼저 들어가셨단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비행기 탑승 시간은 다되어 가고..."


핸드폰을 잃어버린 걸 안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숨 가쁘게 전개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들의 연속.

"몇 번에서 탑승하시나요? 8번 탑승구"
"예. 걱정 말고 그곳에서 가만히 기다리세요!"
충분한 시간은 아니지만... 충분히 갈 수 있으니 그곳에서 기다리세요!

그렇게 공항버스에서 시작된 짧은 인연은
제주공항 국내선 출국장 8번 탑승게이트에서 늦지 않게 무사히 탑승수속이 끝나기 전에 캐리어(가방)를 전달해 드림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서로의 갈 길을 갔다.

원래 처음 탔던 버스에서처럼 모르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으로... 흩어졌다.

다행히 어딘가에서 핸드폰도 찾고 가방도 전달함에 나의 자그마한 수고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 하니 덕분에 나 또한 흐뭇해지는 하루가 된다.


세상은 이렇게 당황스러운 순간에도 뜻하지 않는 누군가가 그대에게 응원의 힘을 보태주고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내이름이박힌책한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