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차가 생긴다는 건 아마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일인지도 몰라. 차가 있고 없고에 따라 생활패턴이 많이 바뀌니까.
아빠의 첫차는
서울에 와서 엄마 덕분에 받은 큰 처남이 타던 빨간 프라이드였어. 그전까지는 당연히 버스와 기차 그리고 지하철이 이동수단이었는데... 처남이 새 차를 사며 아빠에게 준 좀 오래된 차였지만 아빠에겐 과분했고, 참 편한, 좋은 차였지.
근데 차가 생기면 그에 따르는 비용 지출들도 생긴다.
뚜벅이 생활을 할 땐 매달 지출되는 교통비 그것만으로 차량 유지가 될 것으로 계획하고, 어차피 월 교통비만큼 지출이 있으니 그만큼의 비용이 든다면 그 돈으로 할부 차를 사도 되겠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또 그렇게 현실에 적용들 하기도 하고... 근데... 실행해보면 그렇지 않아!
경제 관련 서적에서 읽었는데...
삶에 있어 "종잣돈"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들이 종종 있지. 아마 너도 읽어봤던지 시간이 지나면 읽게 되거나 접하게 될 거야.
그 종잣돈이 있는 청춘의 삶과 종잣돈이 없는 청춘의 삶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간격이 점점 벌어지게 되어 있다는 거야. 그래서, 결국 넘. 사. 벽. 이 되는 거고. 그래서, 부모가 재산이 있고 없고 가 자녀의 삶에도 지극히 크게 작용하는 것일 테고... 아무튼...
많은 이들은 종잣돈을 모으기 전에 지출부터 한다는 거지. 차를 가지고 싶은 마음에 교통비만 생각하고 할부로 차를 산다는 거지. 그럼 그 종잣돈은 차라는 것에 묻혀버리게 되고, 차는 또 시간이 지나면 가치 하락이 이루어져 또 새로운 차를 할부로 사게 되고... 예를 들어서 '차'를 이야기 하지만 다른 것들도 다 마찬가지지.
카드 할부. 대출. 모두 같은 맥락이지...
종잣돈이 없는 시작...
근데 종잣돈이 있는 경우 그 돈으로 투자(쉽게 예를 들면 적금)를 하고 그곳에서 발생하는 수익금으로 차를 리스로 이용하면, 투자금액은 항시 그대로 있거나 늘어나 재산은 늘고, 또 일정기간이 지나면 더 좋은 새 차를 바꿀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는 거지...
돌이켜 보면 아빠는 그랬던 거 같아. 종잣돈을 키우지 못한 상태에서 필요한 것들에 대한 지출을 선행했던 거 같아. 그래서 너희들은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 가지고 있었지. 충분히 너희들 삶에 종잣돈을 마련한 뒤 청춘의 삶을 시작하여 좀 더 나은, 좀 더 편한 윤택한 생활을 하길 바라는 마음 변함없지만 마침 할머니가 너희들에게 군대 갔다 오면 사회생활 시작할 때 새 차는 아니더라도 좋은 중고차. 탈만한 중고차라도 사주고 싶다는 말씀 하셨고, 그렇게 기다리기까지에는 군대도 갔다 와야 하고 아직도 꽤나 긴 시간이 필요할 거 같았는데 마침 대구 삼촌이 차를 바꾸며 괜찮은 차가 나타나 너에게 이른 감은 있지만 아빠보다 꼼꼼하고 잘 알 테니 아빠완 다른, 조금이나마 더 나은 생활의 수준을 누렸으면 하는 할머니의 바램과 아빠의 바램이 예상보다 빨리 현실에서 이루어져 너에게 차가 생겼어.
한 가지 염려스러운 건...
차라는 게 생기면 그에 따르는 지출들이 본인의 의지와는 달리 생긴다는 거야. 뚜벅이 생활에서 자가용 생활로 바뀌면 교통비만큼만 들어갈 것으로 생각했던 계획과 달리
차가 있으니 주말이면 드라이브도 가고 싶어 지고
또 차를 꾸미려 여러 가지 것들도 사게 되고
그렇게 본의 아니게 누리고 싶어 지는 것들이 자연스럽게 생겨나
(ex. 기름값. 차량 유지비. 통행료. 주차비. 여행경비 등등)
이러한 것들이 종잣돈의 형성에 방해될뿐더러, 오히려 종잣돈을 까먹게 되는 일까지 발생한다고 설명하고 있지.
이걸..."디드로 효과 Diderot effect"
하나의 물건을 갖게 되면 그것에 어울리는 다른 물건을 계속적으로 사게 되는 현상이라 한다더라.
우리 아들은 아빠와는 다르니까...
너의 첫차가 네 인생에 밑거름이 되고 "시너지 효과 Synergy effect"를 발휘해 너의 앞날이 더 윤택해지길 바래. 그 마음에 몇 자 적어 보낸다!
"사랑해. 아들!"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