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이름이박힌책한권

떠남

by 허정구

꿈꾸지 않는다. 그냥 하루하루를 채워 갈 뿐이다.
막막했던 날도 많았다.
뭐부터 어찌해야 할지 난감한 날들도 지내왔다.
『잘~』 이란 표현처럼
잘 살고 싶은 욕심과, 잘 먹고 싶은 욕심과, 잘 지내고 싶은 것들이 내겐 왜 없는지 한탄하고
빨리 조만간에 나도 『잘~』 살기 위해 마음이 급해지기도 했었다.

아직도 여전히 마음 깊은 곳엔 『잘~』 이란 욕심이 남아 있겠지만, 이젠 그냥 주어진 하루하루를 성심성의껏 채워갈 뿐 채우려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포기하지는 않았다.
단지 그냥 흘러감에 따라 나의 최선을 다할 뿐 굳이 내 것이 아닌 것에 욕심을 가지지 않고, 인연이 아닌 것에 눈 돌리지 않고, 인연이 다한 것에 수긍하며 살 뿐이다.

비가 오는 날에도
햇살이 눈부신 날에도
바람이 우는 날에도

깨어났기에 살아가는 하루가 의미 없는 하루가 되지 않게 내 몫의 열심을 기울인다고나 할까...

바람처럼 떠나가길.
햇살처럼 잊혀지길
그 누구의 기억에도 남지 않고 흔적도 없는 그냥 그런 하루를 보내려 한다.

누군가 떠나가려 했다는 말을 들으면... 문득 나도 그런 맘으로 채워져 있던 그때가 기억이 난다.

떠남은 소리 없이 그냥 찾아오면 아무것도 챙기지 않고 그냥 홀연히 바람처럼 시간처럼 흔적 없이 나는 가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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