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이 코앞인데
밤바람은 차다.
벚꽃을 다 떨어뜨린 어제의 거센 비 때문인가...
딱 오십이라는 나이를 지난다.
뭔가 숙연해진다. 이젠 빼도 박도 못하는 오십의 반열에 올랐다. 다른 이들은 벌써 50이었지만 난 여전히 49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젠 양력도 음력도 만으로도 모두 오십이 되었다.
길었는지 짧았었는지 아직 모르겠다.
뭘 하고 있는지 뭘 해야 하는지 알 것도 같고, 여전히 모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언젠가부터 아주 덤덤히 주어진 하루를, 눈뜬 아침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나 스스로에게 '쪽팔리지 않게 차카케 살려하고 있다.'
여전히 가진 건 없고 여전히 외로운 마음을 부여잡고 살아가지만, 넓은 세상에 홀연히 바람같이 살 수 없음을 이젠 알기에 어울려지는 구성원으로 모순 나지 않게 살아오며 체득된 나의 윤리와 나의 참됨을 늘 깨치며 부족함을 자각하며 살아지는 날까지 살려한다. 욕심은 버릴 수 있으면 버리고, 마음에 상처는 스스로 치유하며...
까마득한 오십이었는데 내가 오십이 되었다니 그것만으로 족하지 않은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남들에 비해 돈을 버는 것에 대해선 그닥 앞서진 못했지만은 그 외엔... 무난히 평균 이상의 삶을 살아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누구를 등치지도 않았고
누구를 해하지도 않았고
누구에게 원한 산 일도 없는 거 같고
있는 둥 없는 둥 존재는 미약하나마 불필요한 존재로 인식되지는 않는 삶을 살았으니... 지금처럼 살다 가면 되지 않을까. 베풀지는 못할지라도 탐하지 않으며, 내가 가진 것과 누리는 것에 만족하며 지난 하루처럼 다가올 하루를 살아가면 되지 않을까 싶다.
딱 오십의 첫날을 보내보니
「힘든 한걸음 한걸음으로 결국 산 정상에 다 달아
이젠 등산을 마치고 주변을 둘러보고 가벼운 마음으로 하산하는 기분이 드네... 오십이란 이런 기분이었구나!」
2021년 음력 이월 십칠일 허정구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