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이름이박힌책한권

여기가 나의 고향

by 허정구

제주도를 벗어나면 어쩔 수 없이 나는 뚜벅이가 된다.

대. 중. 교. 통.


비행기에서 내려 집으로 오는 길

기차역에서 내려 집으로 오는 길

나만의 쇼핑몰 재래시장(경산시장) 가는 길엔

버스를 탄다.

택시는 내가 타기에 너. 무. 비. 싸. 니. 까...


엊그제 새벽 5시에 일어나 06시 40분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기 위해 집을 나섰다. 마침 아파트 앞엔 빈 택시가 있었다. 한 번에 가는 버스노선은 없는 듯 검색되지 않았고, 버스가 어떤 길로 가는지 모르는 초행길 아닌 초행길이었기에 원래는 택시를 타고 갈 생각이 51%였지만 검색에 따르면 택시비가 12,600원!

이른 시간이었기에 택시비를 조금이라도 줄여볼까 하는 마음에 버스를 타고 가다가 택시를 타기로 결정하고 먼저 버스를 탔다. 대략 중간지점까지 갔고 6시 10분 버스에서 내렸다. 택시를 타면 10분도 채 안 걸리는 거리... 까지 왔다. 근데 꽤나 많은 차들이 지나가지만 그중에 택시는 《한대도》 지나가지 않았다. 시간은 가고... 다급 해지는 마음에 어쩔 수 없이 이른 아침부터 뛰다시피 큰 대로변을 달려 그나마 택시가 있을 만한 곳까지... 동대구 역방향으로 거리를 좁혀갔다. 남부정류장에서 범어로터리까지...(내가 어릴 때 살던 동네였다) 하늘이 나의 애틋함을 알아주셨는지 딱 맞는 시간에 한 대의 택시를 딱 맞춰 보내주셨고 그 택시는 달리는 내내 딱딱 떨어지는 신호로 8분 만에 날 동대구역에 내려주었다. 택시비 4,200원+ 버스비 1,250원= 합계 5,450원!


새벽 댓바람부터... 쫄린 마음으로 뛰어다녔지만 결국 5,000원은 줄였다. 없는 놈에겐 이 또한 보람이다!


3일간의 교육을 마치고 오늘 다시 동대구역에 도착하여 집으로 오는 길... 교통버스 맵을 몇 번이나 되풀이해도 한 번에 오는 버스는 없나 보다. (분명 있을 텐데... 내가 찾지 못하나 보다) 어쨌든... 버스정류장에 가득 붙여져 있는 버스노선표에서 내가 아는 동네의 이름을 찾았다. 《경신고등학교. 수성구청》그곳에서 갈아타면 집으로 올 수 있음을 알기에 마침 오는 버스를 탔다. 20년을 살았던 대구인데... 30년이 지나버리는 동안 대구에서 버스를 타고 다닐 일이 없다 보니 버스노선은 고사하고, 뚫린 길은 그대로 일 텐데 건물과 상점들이 빼곡히 또는 거창하게 들어서버려 옛 모습을 알아볼 수 없었다.


이 길에도 버스가 다녔던가?... 하며 안내방송에 따라 내린 곳은 경신고등학교 정류장이었다.


이곳은 내가 어릴 때부터 살았던 동네 앞 버스 정류장이었다. 신호등 위치는 그대로인데 주변의 모습은 모두 낯설었다. 횡단보도를 건너 대로변 안쪽 길을 바라보았다. "옛길은 그대로인데 옛길이 아니었다." 주변에 빼곡히 들어 선 상가... 휘황찬란한 네온사인으로 밝혀진 저 앞에 길 언덕은 변함이 없었다... 책가방을 어깨에 메고 뛰어다니던 그 길... 여름 땡볕에 처마 그늘로 그늘로 숨어 다니던 그 길... 초등학교(국민학교X)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수시로 지나가며 봐 왔던 그 길... 을 30년. 40년이 지나서 보며 나에겐 여기가 고향이구나 생각했다.


남은 건 하나도 없는...

다 변해 버린 그 길만 남아 있었지만

그조차 다가가 걸어보지 못한 채 멀리서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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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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