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도 오늘 하루 열심히 주어진 역할과 그 역할에 따른 일들을 이제 마치고 우리 아들이 보내 준 편지 읽고 또 읽고 또 읽어보네.
짧은 시간이었지만 참 많은 것들을 했고, 하고 있구나.
아빠는 조금 다른 부대였기에 모든 소대원들은 K-1을 받았는데 무전병과 소대 저격수라는 특별임무가 부여되면서 소대 내에서 혼자 M-16을 받았다가 상병다되어 갈 때쯤 군대가 좋아지면서 M-16이 사라지고 군에 처음 보급되는 K-2 소총을 받았던 기억이 나네...
매일 저녁마다 총을 분해해서 닦는 게 일과 중 하나였고, 졸병 땐 그게 귀찮아서 안 닦으면 어느 날 점호시간에 총기 검사를 하는 날 총열에 꽂아 넣었다 빼는 하얀 헝겊이 조금이라도 검게 또는 뭔가 묻어 나오면... 얼차려와 그 밤에 다시 총기 닦는다고 또 쌩난리를 치기도 했었는데...
짧으니까 재미있지 않니... 그런 생활을 3년 가까이하던 때도 있었는데
우리 아들은 딱 3주하니까 아빠는 솔직히 좋았어!
3주면 충분히 느낄 수 있거든... 그 느낌을 가지고 이제 젊음의 시간의 소중함을 알고, 앞으로의 날들을 잘 맞이하기 위해 필요한 일들을 꾸준히 해 나가면 분. 명. 좋. 은. 내. 일. 이 우리 ○○이에겐 펼쳐져 있을꺼고, 그것들을 누리며 누비며 살면 되지 않을까...
동기들과의 생활과 자대에서의 수직 서열로 이루어진 계급집단생활은 또 다르지만 굳이 그건 경험하지 않아도 될 거야...
세상엔 별의별 상황과 별의별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그곳도 사회 구성원에서 이루어진 군대라는 특수 공간이다 보니 별의별 상황과 별의별 고참 또는 쫄병들이 있지.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오늘 너의 편지가 온 것처럼 소포도 너의 사서함에 도착했다고 낮에 알림 문자가 왔었는데... 어떻게 오늘 전달이 되었으려나... 아니면 내일 전달이 될래나? 모르겠다. 괜시리 보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보니까 소대 내무반이 아빠가 자대 배치 후 생활하던 내무반처럼 입식 철제 관물대에 10명 이 두만...
하긴 소대끼리 먹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중대 전체가 먹기도 그렇고...
뭐 어떻게 되겠지! 그래도 우리 아들에게 초코파이를 위문품으로 보냈다는 게 어디니? 아빠에겐 잊지 못할 행복이긴 한데 나 좋자고 너에게 다른 동기들에게 민폐를 끼친 건 아닌 지 보내고 나서 은근 걱정되더라.
아무튼, 아빠도 한땐 잘 나갈 때 그런 박스 2배 크기로 매 때마다 받아서 모두에게 보시하면서 뜨겁고 부러운 시선을 받곤 했는데...
우리 아들은 조금 아쉽게 여친이 준 게 아니라 꼰대 아빠가 보낸 거라 좀 그렇기도 하겠다.
벌써 내일이 마지막 밤이네...
아마 잠도 잘 안 올 꺼 같은데.
이제 그 거지 같은 불편함 속의 공간에서 영원히 벗어나는 순간이... 떨어지는 낙엽조차도 위험하기 때문에 피한다고 하는 초절정 말년인데... 오늘 오지게 훈련한 거 아닌가 모르겠다.
각개전투나 마지막 야간행군 이런 거 오늘 하고
내일은 이제 집으로 돌아갈 준비 하라고 좀 릴렉스하게 해 줄 거 같은데...
아빠 때 신병교육대 6주 중에 5주 차에 모든 걸 마치고, 6주 차 목요일이었던가 그때까지 좀 편하게 해 줬어. 그래서 아빤 빼당 동기랑 몇몇 특공대 동기들끼리 우월의식에 빠져 조개탄 만드는 창고 옆 작은 웅덩이 같은 연못에서 따뜻한 초봄의 햇살을 받으며 조약돌을 때밀이 수건 삼아 5주 동안 거칠어지고 찬바람에 트기도 한 손등에 쌓인 때를 미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었지. 만화에 나오는 것처럼 그땐 세상을 다 가진 듯 가슴 벅찬, 젊은, 아주 젊은 어린 청춘이었었나 봐.
사진으로 보니
우리 아들이 (아빠라서가 아니고) 가장 폼나더라. 3주 훈련병 하기엔 솔직히 너무 아깝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