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리스트

극단적인

by 허중매

0. 카메라 가방

1. 오버보드 45L 가방
2. 겨울용 재킷
3. 방수 재킷
4. 이너 재킷
5. 긴팔
6. 긴바지 1
7. 긴바지 2
8. 반팔
9. 반바지
10. 양말
11. 팬티
12. 신발
13. 장갑
14. 맥북 에어 M3 15인치
15. 삼성 SSD 2TB
16. 무선 마우스
17. 마우스 패드
18. 초고속 충전기
19. 맥북 충전기
20. 초고속 충전기 케이블
21. 맥북 충전기 케이블
22. 110v 돼지코
23. 대만 30일짜리 유심
24. 리필용 면도날
25. 콧털 정리기
26. 손톱깍기
27. 유선 이어폰
28. 갤럭시 스마트폰
29. 지갑
30. 소니 a6700
31. sigma 18-50mm f2.8
32. rode videomicro 2
33. tentacle track e
34. 보조배터리 1
35. 보조배터리 2
36. 시루이 초경량 삼각대
37. 비비색
38. 수영용 수건
39. 칫솔
40. 치약
41. 시어버터
42. 면도기
43. 치실
44. 선크림
45. 여권
46. 주민등록증
47. 한국 운전면허증
48. 체크카드
49. 트래블월렛
50. 기초안전이수증 카드

현재 내가 소지하고 있는 물품 목록이다.
적어놓고 보니, 나는 미니멀리스트가 맞는 것 같다.
하지만, 단순히 물건의 개수가 적다고 해서 누군가를 미니멀리스트라고 할 수 있는 걸까?

미니멀리스트란 무엇일까?
‘물건에서 시작해서 정신까지 미니멀리즘이 각인되어 있는 이’
내가 생각하는 미니멀리스트의 정의이다.

이사가 잦았던 나는 평소에도 짐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유튜버 ‘미니멀유목민’ 채널의 ‘박작가’님의 영향을 받아
더욱더 극단적으로 물건의 개수를 줄여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서울에서 대전으로 이사를 갔다.
작업치료학과에 신입학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대전으로 이사 후, 물건의 개수를 더 줄여나갔다.
냄비, 프라이팬 둘 중 프라이팬만 살리고,
두 개의 그릇 중 한 놈은 버렸다.

그렇게 정리를 시작하니, 어느새 물건의 개수를 스스로 헤아릴 수 있는 지경에 다달았다. 물건을 정리하니, 사고가 달라졌다. 복잡했던 마음이 가라앉고, 우선순위가 정해졌다.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도저히 해낼 수 없는 것들을 분별했다. 결국,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그 이후 나는 여행유튜버를 하고 있고, 그 즉시 작업치료학과 입학은 취소했다.

나는 요가를 한다. 요가는 나에게 있어 마음을 가라앉히는 수단이었다. 하지만 미니멀리즘을 실현한 후 요가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 건강을 위해선 두말할 것 없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더 이상 그 이상의 의미는 찾기 힘들게 된 것 같다.

알에서 깨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데미안에 나오는 구절이다.
미니멀리즘을 실현하는 것, 요가를 하는 것. 이것들은 모두 수단이다.
목적은 하나, ‘진리를 찾는 것’

무섭다. 나에게로 향하는 길은, 너무나도 무섭고 두려운 길임에 틀림없다.
미지의 세계로 나를 던진다. 그 세계엔 무엇이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허나, 진리를 찾는 이는 그 길을 가야만 한다. 그 길 끝에 죽음이 있다고 할지언정,
그는 그곳에 가야만 하는 운명을 타고난 것이다. 지 팔자다.

평범하게, 남들 사는 대로 살고 싶었다.
나는, 그렇게 살고 싶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희망사항이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이기에, 희망사항이다.

진리를 찾는다는 것,
미지의 세계로 향한다는 것,
그것은 꼭 대단한 것이어야 할까?

진리란, 항상 우리 주위에 있다.
오늘 하루를 살아갈 수 있게 함에 감사하는 것,
타인에게 배려과 미소를 보여주는 것,
손해 보는 삶을 사는 것.

미지의 세계란 항상 우리 주위에 있다.
첫 직장에 입사하는 것,
이성과 교제 하는 것,
결혼하는 것,
아이를 갖는 것.

모든 이의 삶은
진리를 찾고 있다.
미지의 세계로 향하고 있다.
하루하루가, 이것을 찾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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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허중매입니다.
저는 계속해서 대만 도보 국토 종주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3.6(금) 새벽 2시네요.
Taitung 여행을 끝마치고 내일이면 서쪽인 Kaohsiung으로 향합니다.
동쪽 여행이 벌써 끝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대만 동부 지역은 원주민 비율이 많고, 서부보다 인프라가 좋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로컬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순박한 미소를 지닌 이들을 하염없이 볼 수 있었습니다.
나 또한 그들과 동화되는 모습에 너무나도 행복했고, 잊지 않을 겁니다.
그들은 알지 못합니다. 그들의 미소와 배려가 한 사람의 가치관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요. 그것이 선행인 줄 모르고, 그저 매일매일 그렇게 살아왔기에.
반복되는 하루를 어제와 같은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존경과 경의를 표하며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대만 동부 여행, 너무나도 행복한 시간이었고 그들의 따뜻함에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글로 담지 못한 현장의 생동감은 유튜브에 남겨놨습니다.


https://youtube.com/@heojungm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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