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 진정 자유로운가
Ryuichi Sakamoto - “Aqua“
아침 일찍 기차역에 도착했을 때, 열차는 막 출발하고 있었다. 도착 시간은 맞췄다고 생각했는데..
플랫폼에 서서 멀어져 가는 기차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은 무언가를 놓쳤을 때가 아니라,
그것을 놓친 후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 아닐까?
예전 같았으면 마음속에서 잔소리가 시작됐을 거다.
“왜 좀 더 서두르지 않았을까.”
그리고 하루 종일, 그 실수 하나에 스스로를 묶어두고 보냈으리라.
이것이 바로 우리가 빠지기 쉬운 ‘자책의 함정’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 끊임없이 자신을 비판하며, 마치 그 비판이 과거를 바꿀 수 있을 것처럼 행동한다.
하지만 과거는 불변하고, 우리의 자책은 오직 현재의 평화만을 앗아갈 뿐이다.
이번에 오늘은 그러지 않았다.
기차가 떠났다는 사실은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상황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그 상황에 대한 나의 반응은 온전히 내 것이라는 자유.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한 자책으로 보내며 살지는 않을까.
하지만 지나간 일은 바뀌지 않는다.
바뀌는 건, 그 일에 대한 나의 태도뿐이다.
빅터 프랭클은 나치 수용소에서의 극한의 경험을 겪고 말한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고, 그 안에 우리의 자유가 존재한다.”
이 ‘공간’이야말로 인간 존재의 핵심은 아닐까.
우리는 외부 상황의 피해자가 아니라, 자신의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주체적 존재이며,
기차를 놓치는 것은 상황이지만, 그것에 대해 분노할지 평정심을 유지할지는 우리의 선택이니까.
에픽테토스는 이미 2000년 전에 이런 지혜를 남겼다.
“어떤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고, 어떤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지 않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원칙은 더욱 중요하다.
SNS의 좋아요 수, 타인의 평가, 예상치 못한 변수들…
우리는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에너지를 낭비하며 살고 있다.
기차는 떠났지만, 그 순간 남겨진 공간에서 나는 내 선택을 했다.
놓친 기차는 다음 기차를 기다리게 하지만, 놓친 마음의 평정은 하루 전체를 흔들 수 있다.
지금 당신을 괴롭히는 것 중에서 정말로 당신이 통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