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헌일 Apr 10. 2016

나비가 향하려고 했던 곳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

네가 내게 손짓을 한다.


나팔거리는 가녀린 손이

월광에 비치는데

그 모습이 마치

달빛을 향해 날아오르는 나비처럼

아름다우면서도 푸른 기운 때문인지

왠지 모르게 우울해 보이기도 했다.


그런 너의 모습

반쯤 풀어진 눈으로 음미하다가

문득 그녀 근처에서

깜빡이는 가로등 불빛에 시선이 간다.


인위적인 빛에 몰려드는

수많은 나방들이 서로 부딪히며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때, 그 사이로

나비 한 마리가 날아

가로등 불빛을 가려버린다.


그 나비는 노란 불빛을 집어삼키고

튀어 오르는 불꽃과 함께

순식간에 타올랐다.


꺼져버린 가로등으로 인해

주변은 순식간에 정적과 암흑이 흘렀지만

이내 푸른 달빛이 몽롱한 기운을 내뿜으며

차분히 주위를 감싼다.


지금 이 순간

백색 빛으로 물든 하늘 아래

무척이나 희미했지만

얼핏 저 위에 달을 바라보는

너의 모습이 보였다.









매거진의 이전글 봄나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