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현실의 벽을 넘어선 도전, 학생 때는 이 말을 참 좋아했다. 왠지 학생 땐 모든걸 도전해 보고 싶은 시기였다. 당시 컴퓨터공학을 복수전공을 시작하면서 두 가지 가치관이 있었다.
항상 부족하다는 마음가짐으로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도전적으로 행동하자.
대학 생활만큼은 취업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내 마음 속에 움직이는 하고 싶은 것들을 하자.
그렇기 때문에, 3학년 때 많은 활동을 할 수 있었다. 그 중 가장 도전적으로 행동했던 시기가 바로 3-2학기 였다. 가장 도전적으로 여러 활동을 하였고, 성적 또한 흠잡을데 없이 완벽했다. 그래서 난 이때의 이야기를 늘 나의 자소서에 인용하곤 한다.
3학년 2학기, 이 한 학기는 한 마디로 말해 죽음이었다. 이 시기는 이전 글에서 소개한 연구활동 뿐만 아니라 산업경영공학, 컴퓨터공학 통틀어 가장 분량이 많고, 어려운 과목들이 기다리고 있었고, 텀 프로젝트 또한 많았다. 연구실에서의 연구 활동, 학회, 전공 6개, 프로젝트 5개, 신입생 멘토링, 이 활동을 모두 3-2학기에 했다.
9월엔 연구활동, 학과 과제에 올인하고 10월에는 학회 발표 자료 준비 및 전공 프로젝트, 중간고사 준비를 병행하면서 했다. 시험이 한 4일 정도 남았을까? 그 동안 프로젝트와 학회 발표자료 준비에 정신이 없어 시험 공부를 거의 하지 못했다. 수업을 늘 열심히 들었지만, 정리가 거의 안되어 있어 공부를 거의 못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4일 남겨두고 공대 열람실에서 이제 막 정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연구실의 석사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학회 발표 자료를 준비하는데, 우리가 했던 실험에 문제가 있어, 너가 코드를 좀 수정해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학회에 다음날 오후까지 제출을 해야 했기에, 오늘 무조건 수정을 해야 했고, 수정해놓으면 내일 자기가 남은 시간동안 피피티를 만들어 제출 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밤 11시부터 새벽 3시 정도까지 수정하여 고쳐 놓고, 기숙사로 들어갔다.
이런걸 보면, 힘든 일은 항상 동시에 찾아오는 것 같다. 기숙사로 들어갈 때, 난 정말 망했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봐도 남은 3일 동안 저 많은 범위를 할 자신이 없었다. 머리가 너무 아파 기숙사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는데, 내 마음가짐을 변화시킨 블로그가 있었다. 바로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야구 메이저리거 이치로가 한 말이다.
나는 나와의 약속을 한 번도 어긴 적이 없다.
정말 멋있고도 어려운 말이다. 살면서 가장 지키기 힘든 것이 내 자신과의 약속인데, 이치로는 매일매일 하고 있었다. 역사적으로 일본이라는 나라를 좋아하진 않지만, 분명 그는 야구 역사에 많은 업적을 남기고, 자기 관리와 노력에 있어서는 정말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었다 생각한다.
저 글을 보면서, 나도 마음가짐을 다시 먹었다. "내일부터 다시 한 번 열심히 살아보자. 학기 시작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새벽 2시 이전엔 잔적도 없었고, 이렇게 열심히 살아왔는데 성적이 안좋으면 말이 안된다." 고 속으로 생각했다. (정말 공대가 집이었고, 연구실이 내 방이었던 것처럼 하루하루를 살았었다.) 그리고 절실함이 생겼다.
그거 아는가? 사람이 정말 절실해지면, 계획도 세분화 된다. 다음날부터 난 시간 단위로 "무슨 일이 있어도 한 시간 뒤에는 이 부분까지 끝낸다"는 마음으로 임했고 또 신기하게 그게 되었다. 정말 절실했고 그렇게 집중력이 높았던 적도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잘본편은 아니었지만, 또 중간고사는 그럭저럭 보았다. 이 때 참 에피소드가 많았는데, 중간고사 기간에 공대에서 지나가던 후배들이 나한테 인사했는데, 내가 그냥 멍하니 걷기만 했다고 한다. 정말 후배들이 나한테 인사했던게 기억이 나질 않았다. 어떻게 버텼는지 지금 생각해도 아이러니 하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체감은 이미 방학이 된거 같았다. 이미 지쳐있었고, 새벽 2시에 자는 건 똑같지만 일어나는 시간은 점점 늦어졌다. 몇번은 씻지도 않고 일어나자마자 수업을 들으러 갔던 것 같다. 체력이 떨어진 것이다. 다행히 기말고사는 프로젝트가 다 끝나고, 과제도 없었기 때문에 오로지 시험 공부에만 올인할 수 있어서 상대적으로 수월했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짜내서 겨우 시험을 끝마쳤다.
성적 결과가 나왔을 때, 깜짝 놀랐다. 3-1학기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정확힌 기억 안나지만 4.2/4.5 정도가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난 생에 두번째로 장학금을 받게 되었다. 시험을 잘 봤다고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고, 심지어 못 푼 문제들도 많았으며 시험 끝나고 후회한 적도 많았다. 실력이 뛰어나서, 머리가 좋아서가 아니라 간절함 하나로 버텼는데 저 성적이 나오는게 너무나도 신기했고, 그 순간엔 정말 기뻤다.
3-2학기는 나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는 학기였다. 몸은 힘들었지만 정신적으로 더 성장할 수 있었다. 정말 바쁠 때 느끼는 절심함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고, 정말 절실하면 시간 단위로 쪼개서 하면 된다는 것도 깨달았다. 최선을 다했다는 표현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난 학생 때, 못할 것 같다는 생각에 주저앉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라 생각한다. 주저 앉는 건 남이 그렇게 만든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가 그렇게 생각했기에 주저 앉는 것이다. 나 역시 주저앉을 뻔했지만 결국 주변사람의 도움으로, 혼자 힘으로 다시 일어났다. 자기 길이 아닌 이상 학생 때는 뭐든 해볼 수 있고, 또 충분히 할 수 있다. 그때 간절함이란 무엇인지 비로소 느낄 수가 있다. 물론 지금 나보고 그렇게 하라고 하면 안할 거지만, 그때를 생각해보면 충분히 할 만했고, 그 뒤에 더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당시 친구가 “넌 항상 조급하고, 걱정이 많은 애지만, 결과적으로는 어떻게든 해내는 것이 부럽다“고 하였던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