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직장생활을 겪으며 느낀 직장의 현실
어느덧 '평범한 대학생의 취업 일기' 마지막 글이 되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요즘은 취업이 정말 힘든 것 같다. 게다가 많은 기업이 수시 채용으로 바뀌면서 채용 시장은 더 좁아진 것 같다. 그러면서 1년 많게는 2년까지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도 많아졌다. 다른 회사를 다니다 온 소위 말하는 '중고 신입' 비중이 높고, 신입으로 들어온 사람이 나랑 동갑인 30살인걸 보면 얼마나 힘든지 체감할 수 있다.
그런 사람들에 비해서는 난 운이 좋은 사람이었다. 어떤 사람은 나보다 훨씬 뛰어나고 똑똑한 사람인데도 1~2년 걸렸던 친구들이 있었고, 어떤 학생은 정말 회사생활을 잘할 것 같은 친구였는데도 코로나19라는 세계적인 벽에 갇혀 오랜 취준 생활을 겪었던 친구들도 있었다. 그런 거에 비해서는 나름 편했던 취준 생활이었고, 적절한 때에 적절한 운이 섞였었다.
한 가지 요즘 학교를 보며 안타까운 것은 점점 대학교가 마치 취업을 위한 수단처럼 변질된다는 것이다. 가장 하고 싶은 것을 찾아야 하고, 자기 자신에 대해 알고, 배워야 하는 학교가 마치 취업을 하기 위한 시험대인 것 같다. 1학년 때부터 학점 관리를 열심히 하는 현상은 이제는 익숙한 일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나 역시 학생 때 쌓았던 전문지식을 가지고, 회사에서 활용을 하며 커리어 발전을 꿈꾸는 전형적인 MZ 학생이었다. 학생 때 배웠던 이론적인 지식을 통해 회사에서 써먹으며, 실제로 서버에 접속해보며 코딩을 하고, 데이터 분석을 하는 커다란 꿈을 그리고 입사했다.
하지만 회사를 들어와서 업무를 해보니 내가 생각한 것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실제로 하는 일은 학교에서 배운 것과는 많이 다르다. 오히려 학교에서 배운 것이 다 쓸모없다고 느낄 때가 많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기본적인 것조차 안되어 있는 것도 많으며, 엑셀로 정리하는 일이 많으며, 피피티로 기획 문서를 만드는 일이 대부분이다. 엑셀 취합 업무를 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정말 사람들 회신을 받아 취합하는데만 한세월이 걸린다.
가장 큰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일을 열심히 안 한다는 것이다. 신기하지 않은가? 그 좋은 스펙과 도전정신을 가지고 입사한 사람들이, 연차가 높은 어른들이 일을 열심히 안 한다. 업무 협조를 하면 책임감을 회피하는 대답만 하고, 조금이라도 귀찮은 일은 안 하려고 한다. 그리고 굳이 나서려 하지 않는다. 대다수가 굉장히 보수적이다. 이런 환경을 보면서 이제 막 입사한 신입들은 현타가 오고, 자기 길이 이 길이 맞는 것인가 고민이 된다.
왜 그럴까? 다들 나와 똑같은 경험을 겪었기 때문이다. 의욕 많던 신입이 업무를 하다보니 혼자서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그리고 하고 싶은 업무를 하는 것보다 하기 싫은데 해야 하는 업무가 압도적으로 더 많았다. 그러면서 현실의 벽을 깨닫고, 행복을 다른 곳에서 찾았던 것이다.
나도 똑같았다. 이런 현실을 겪으면서 학생 때 내가 배운 가장 중요한 가치는 어떤 것이었는지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내적인 '성장'이었다. 몇몇 힘든 과제들을 하면서 그때를 견뎌내고 얻었던 깨달음. 친구들과 과제를 하기 위해 논의해가며 생각의 폭을 넓혔던 순간들. 친구들, 선후배들, 교수님들과 부대끼면서 인간관계에 대해 배웠던 순간들. 연애를 하면서 이성관계에 대해 알아갔던 순간들.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사소하면서도 소중한 순간들 등 대학 내에서 이뤄지는 수많은 이벤트를 통해 '내적인 강인함과 성장'을 경험한 것이 더 중요하다 생각한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나만의 생각과 합리적인 기준이 생기면, 사회에서 맞닥트리는 변수에 충분히 대처해 나갈 수 있다. 사회는 변수밖에 없다. 막막한 과제에 당황하고, 때로는 하기 싫은 일도 해야만 할 때가 있으며, 프로젝트는 아무리 사전 점검을 했어도 이슈가 없는 프로젝트란 존재하지 않았다. 원하지 않은 상사를 만날 확률도 높다.
회사에서 명심해야 할 하나의 사실은 사회에서의 모든 고민은 결국 인간관계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위에서 이야기 한 모든 근본 원인은 결국 인간관계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라면 하기 싫은 일도 결국 버텨낼 수 있지만, 하고 싶은 일도 함께하는 사람이 별로면 힘들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들을 3년 반 동안 겪으면서 행복이라는 기준도 조금씩 변해갔다. 학교에서 행복이 도전을 통해 얻는 즐거움이었다면, 현재의 행복은 도전과는 거리가 좀 멀다. 정시에 퇴근할 수 있는 환경이 내겐 행복이고, 퇴근하고 운동할 시간이 있다는 것이 행복이고, 글을 쓰는 것이 행복이며, 소중했던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것이 행복이다. 결국 일보다 나의 건강이, 나의 멘탈이, 나의 친구들이, 나의 취미 생활을 하는 것이 현재 나에겐 진정한 행복이다.
그렇기에 나는 아직도 대학교에서는 외적인 '성공'이 아니라 가치관을 통해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내적인 '성장'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건전한 생각과 강인한 내면이 있다면, 현실이 냉정하고 다르다 하더라도 휩쓸리지 않고, 버텨낼 수 있고, 다른 방향으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다.
요즘 들어 대학에서 얻는 성공은 정말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실패해도 상관없다. 오히려 다양한 경험을 통해 본인이 느끼는 '행복'의 기준을 찾아가는 과정이 좋다고 확신한다. 어차피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생각한 만큼 열심히 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나처럼 다른 방향으로 행복을 누리며 꾸준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어차피 99%인 우리는 보통의 존재이기에 학생 때 너무 공부만 열심히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친구들이랑도 신나게 놀고, 여행도 갈 수 있을 때까지 또 가고, 공부도 할 만큼만 하며 꾸준한 행복을 누릴 수 '내적 성장'을 경험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나의 바램이다.
결국 더 많이 놀지 못하고, 더 많이 여행 다니지 못했기에 나의 대학생활은 50% 정도만 성공이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