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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홍 Oct 09. 2021

산티아고 순례길, 로그로뇨~나헤라, 31.5km

10. Day7, 순례길에서의 안타까운 사연, 적응

한 목표를 향해 걸었던 사람들이 각자의 사정으로 포기하고, 돌아갈 때 너무 안타까웠다.


왼쪽. 오늘의 태양,  오른쪽. 동상 따라하기^~^


 오늘은 처음 생장에서 출발할 때부터 만났던 누나 2명과 동생과 함께 길을 걸었다. 한 4일 만에 만나서 오랜만에 같이 걷는 길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 우릴 생장까지 안내해준 형은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사실 형이 복용하고 있는 중요한 약이 있었는데, 그 약을 며칠 전에 잃어버린 것이다. 그 형은 그 약이 없으면 자기는 걸을 수 었다고 했고, 다시 이전 알베르게로 돌아가기도 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고, 결국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순례길을 걷다 보면 다양한 이유로 도중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꽤나 있다. 이유야 여러 가지지만 다른 곳을 여행하기 위해 가기도 하고, 다리 상태가 너무 안 좋아져서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그중엔 의지 부족도 있긴 할 것이고, 이 형처럼 중요한 물건이 사라져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좋은 점은 모두가 한 목표를 향해서 걷는다는 것이다. 모두 각자 다른 목적과 계기를 가지고 이곳에 오지만 '산티아고 데 콤프스텔라'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걷는 길인 것이다. 이 하나의 목표가 결국 전 세계의 사람들을 연결해주고 공감대를 형성해준다. 그런 목표를 향해 걷는 사람들이 각자의 사정으로 한국으로 돌아갈 때,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다. 


 이렇게 생각을 하면서 걷다 보니, 어느 순간 누나 동생과 거리가 또 벌어져 혼자 걷게 되었다. 그러다가 문득 떠올랐다. "너무 나 혼자만 걷는 게 아닐까? 때로는 사람들이랑 맞춰가는 것도 중요한데....." 


 사실 대학생 때 나는 혼자 꽤 추진력이 좋은 편이었다. 팀 프로젝트에서도 내가 좀 더 많이 하는 편이었고, 발표도 도맡아서 한 적이 많다. 늘 친구들이랑 노는 것을 좋아했지만, 과제가 있을 때는 다른 친구들이 놀아도 나 혼자 남아서 과제를 하는 편이었다. 결국 이런 성격이 순례길에서도 '혼자' 걷는 것으로 반영된 게 아닐까? 


산티아고까지 576km


 오늘로 일주일째가 되었고, 벌써 200km를 넘게 걸었다. 200km를 걷는 동안 몸도 적응되었고, 생각보다 걷는데 불편함이 없었다. 시작할 때 고질적으로 아팠던 어깨도 많이 괜찮아졌다. 그동안 어깨도 안 좋고, 비가 오고, 낮에는 덥기만 하고, 힘들기만 한데 그만두는 것이 어떻겠냐는 마음속 저항감과 싸우며 7일 동안 걸어오면서 비로소 걷는 행위가 좋아졌다. 



 오늘의 목적지인 나헤라까지는 일찍 도착했고, 공립 알베르게에서 빨래를 하며 푹 쉬었다. 


 참고로, 알베르게에 대해 잠깐 얘기하자면, 알베르게는 한마디로 순례자의 숙소라고 보면 된다. 이 알베르게에 도작할 때마다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순례자의 여권'에 스탬프를 찍는 일이다. 도착하는 도시마다 스탬프를 찍어야 나중에 최종 목적지에서 '순례자의 증서'를 받을 수 있다. 참고로 알베르게에서 일하시는 분은 모두 순례길을 완주하신 분들이고, 물어볼 것이 있으면 그분들께 물어보면 된다. 그분들은 어떻게 보면 '알바생'이 아니라 '봉사'를 하시는 분들이기 때문에 예의를 갖추면 좋을 것 같다. 가끔 예의가 좀 없는 분도 보긴 했어서....


 그리고 알베르게는 공립과 사립으로 나뉜다. 공립이 사립에 비해 저렴한 편이며, 어떤 공립은 기부제로 운영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아예 돈도 안 내고 숙박을 하는 순례자는 없다. 최소 5~10유로 사이 정도가 일반적인 가격이며, 기부제여도 저 정도 돈은 낸다. 일반적으로 공립 알베르게는 많게는 수백 명의 인원도 수용하고 더 저렴하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나도 대부분 공립 알베르게를 먼저 찾았다.


 사립은 한 방에 8명처럼 더 적은 인원으로 숙박이 가능해 깔끔하지만, 가격은 공립보다 더 비싸다. 그래도 10~15유로 아이 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확실히 시설은 좀 더 깔끔하긴 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오늘 묵었던 공립 알베르게, 저 많은 인원중 코고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귀마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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