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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원준 Dec 17. 2019

<겨울왕국2>에 없었던 것

"본편만 한 속편 없다."


너무 뻔한 얘기라 좀 다르게 써보고 싶었는데, 딱히 좋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얼마 전 많은 이들의 기대와 관심 속에 개봉한 <겨울왕국2> 이야기다.




이번에도 천만 관객을 거뜬히 넘어섰다. 극찬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는 <겨울왕국2>의 흥행은 전편의 후광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겨울왕국>을 있게 한 건 히트곡 <Let it go>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정도로 중독성 강한 명곡이었다.  <Let it go>는 전체적인 멜로디도 좋았거니와, 영화 전개상 적절한 타이밍에 들어가 엘사의 감정에 확 몰입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 했다.


노래가 절정으로 치달을 때 나왔던 영상도 화려하고 매혹적이었다. 그 은 가히 '비주얼 쇼크'라 할만했다. <겨울왕국1> 개봉 이후 <Let it go>는 겨울만 되면 거리를 지나다가도 쉽게 들을 수 있을 정도, '겨울'을 상징하는 노래가 되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Let it go>가 없었더라도, <겨울왕국1>은 결국 성공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겨울왕국2>를 보고 더욱 그렇게 느꼈다. <Let it go>만큼은 아니었지만 이번 영화에서도 좋은 노래들이 많이 나오긴 했으니까.


그럼 <겨울왕국1>에는 있고, <겨울왕국2>에는 없는 건 뭐였을까. 단지 '좋은 노래'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면.

왜 나는 <겨울왕국1>에서의 희열을 느끼지 못했던 걸까.


'새로이 없어서'였던 것 같다. <겨울왕국1>이 세상에 나왔을 땐 모든 게 새로웠다. 엘사와 안나, 그리고 올라프까지, 난생처음 보는데 매력적이기까지 한 캐릭터들이 등장했다. 그들을 둘러싼 스토리도 신선했고, 또 쉬웠다. 몰입하며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무리가 없었다. 서너 살짜리 아이들까지 열광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지 않았겠나.  


반면 <겨울왕국2>에서는 그런 ‘새로움'이 부족했다. 새로운 인물들(노덜드라 부족)이 등장하긴 지만 이야기는 주인공 위주로 전개되었으므로 눈에 띄지 않았다. 기존 캐릭터 중에선 그나마 올라프가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줬을 뿐이었다. 엘사를 더 멋있는 캐릭터로 보이기 위해, 안나를 더 중요한 인물로 만들기 위해 잔뜩 힘을 준 흔적들이 보였지만 좀 '과하다' 생각만 계속 들었다.


(아, 그래도 이번에 새로 나온 '브루니'라는 캐릭터는 정말 귀여웠다.)


확실히 '새롭게' 내세울 건 스토리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1편에 비해 2편의 내용은 심오하고 어렵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래서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그 와중에 비주얼과 음악들은 빵빵했는데 그게 오히려 안타까웠다. 1편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부담감에 제작진이 얼마나 애썼는지 느껴지는 것 같아서.




이렇게 자세히 얘기하진 않았지만, 어쨌든 영화가 그저 그랬다고 아내에게 말했더니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자기는 재미있게 봤다며, 나보고 너무 기대를 많이 했던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주저리주저리 감상평을 써보았지만 <겨울왕국2>를 재밌게 보지 못한 건 사실 내 취향의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나는 평소에도 뮤지컬 영화에서는 큰 감흥을 느끼지 는 편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며 두 번 세 번 봤다는 <레 미제라블>도 나는 졸면서 봤으니, 말 다 했지.


그래도 만약 <겨울왕국3>가 나온다면 보러 갈 생각이다. 2편은 이렇게 끝났지만 그래서 노덜드라의 엘사는, 아렌델의 안나는 잘 먹고 잘 살게 되는 건지 궁금하긴 하니까 말이다.  


별로다 별로다 하면서 이렇게 맺는 걸 보면 참... 결국 이렇게 빠져드는 건가 싶기도 하다. 디즈니의 마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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