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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원준 Aug 30. 2018

브런치를 시작하며

#1. 4개월간의 육아 휴직


2017년 9월, 당시 17개월이 된 딸아이를 돌보기 위해 육아 휴직을 했다. 비록 4개월이라는, 육아 휴직 치고는 그리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남자로서는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래서 그 당시 '이 특별한 경험을 글로 한 번 써볼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육아라는 건 생각보다 고된 '노동'이었다. 결국 글이고 뭐고, 육아에 매진하기로 하고 휴직 기간을 보냈다.


#2. 육아, 복직과 동시에 '과거'가 되다 


해가 바뀌어 2018년 1월 중순에 복직을 했다. 한 달 정도 출근하니까 또 이게 원래 내 일상이었던 것처럼 금세 적응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휴직 기간 동안 하루 종일 아이와 함께 보냈던 시간들도, 그간 찍어 놓은 사진의 힘을 빌려 기억하는 과거가 되어갔다. 가끔은 그때가 꿈이었던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육아와 또다시 멀어지고 있을 때, 우연히 책 한 권을 읽었다.

매일 아침 써봤니? - MBC 김민식 PD

나는 그동안 블로그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곳에 사생활을 공유하는 것을 굉장히 간지러워(?)했다. 괜한 자랑이나 허세 같아 보이지 않을까 해서 몸을 많이 사리곤 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읽은 뒤, 꼭 그렇게 여길 건 없단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글을 쓰는 행위가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 줄 거라는 기대감을 안겨줬다.


비범한 삶이라 기록하는 게 아니라
매일 기록하니까
비범한 삶이 되는 거라고 믿습니다.
 - <매일 아침 써봤니?> 중


나는 비범한 삶의 주인공이 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어딘가에 기록해두지 않으면, 육아 휴직 기간 동안 경험한 일과 그 당시의 느낌들이 점점 잊혀지고, 그저 흘러간 과거 중 하나가 될 거라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밀려왔다. 게다가 육아 휴직은 끝났지만 육아는 '현재 진행형'. 앞으로도 다이내믹한 인생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 시간을, 의미 없이 물 흐르듯 흘러가게만 놔두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육아에 대한 글을 써보기로 했다. 일단 '기록한다'는 차원에서.


하지만 어느 정도 그 기록들이 쌓였을 때, 내가 쓴 글들이 단순히 '일기'로만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 남편의 육아 휴직을 간절히 바라는 아내들, 육아 휴직은 하고 싶은데 직장 상사에게 차마 말하지 못하는 아빠들에게 나의 글이 조금이라도 동기부여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막막하기만 한 육아에 대한 정보도, 소소하게나마 나눌 수 있다면 더 좋을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려면 나부터 열심히, 의미 있는 글을 써야할 것이다. 블로그와는 또 다른 묘한 긴장감, 부담감이 느껴지는 브런치이지만, 마음 한편에 자리 잡은 '설렘'을 동력으로 꾸준히 해보고 싶다.

육아 휴직 후 딸과의 첫 나들이 - 2017. 9. 5.  @ 어린이대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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