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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원준 Aug 19. 2020

첫째가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자가격리 일지 - 1일 차 (1)

첫째가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어린이집에서 확진자가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시작된 코로나 확산세가 옆 동네로, 우리 동네로 좁혀오는가 싶더니 기어이 아이들이 있는 곳까지 마수를 뻗치고야 만 것이다.


코로나 사태는 하루아침에 내 일, 우리 가족의 일, 나아가 가까운 이웃의 일이 되었다. 뉴스로만 접했던 신천지, 이태원 발 확산 때와는 차원이 다른 분노가 치밀었다.


확진자가 발생한 당일 오후, 어린이집에서 아이들 전체를 대상으로 한 코로나 검사가 진행됐다. 휴일 내내 집에서 생활하던 첫째는 어린이집에 가야 한다는 말에 내심 신이 나 보였다. 


코로나 검사가 뭔지도 모르고 해맑게 엄마 손을 잡고 집을 나섰는데, 불과 한 시간 뒤 첫째는 아까와는 전혀 다른 표정으로 녹초가 되어 돌아왔다. 코로나 검사가 꽤나 고통스러웠던 모양이었다. 다시 한번 속이 끓었다.


결과 통보 예정 시각은 다음 날 오전 8시였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소식이 없었다. 휴대폰 알림 하나하나에 마음을 졸였다. 그때 어린이집 담당 교사로부터 검진자 수가 많아 결과가 늦어지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불안하고 걱정됐지만 먼저 검사를 받은 보육 교사들이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희망을 가졌다.


오전 10시가 넘었을 때 마침내 결과가 문자로 날아왔다. 음성 판정. 하지만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었다. 간밤에 아이 자가격리 대상으로 지정됐다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2주간 아이의 경과를 더 지켜봐야 한다.


 고비를 넘겼지만 그보다 더 큰 고비를 만난 느낌이었다. 한창 에너지 넘치는 아이 둘을 데리고 14일을 꼼짝없이 집에서 잘 생활할 수 있을까. 막막했다. 훈련소에서의 첫날밤 보다 더.  


2020년 8월 18일 화요일은 그렇게 갑작스럽게, 하지만 물 흐르듯 아주 자연스럽게, 우리 가족의 '자가격리 1일 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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