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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원준 Sep 12. 2018

가위질도 아이에겐 놀이가 된다

단, 안전 가위를 쓸 것

첫째 딸이 태어나기 전, 육아 용품을 한꺼번에 잔뜩 산 일이 있었다. 젖병, 아기욕조, 기저귀 가방 등등 조금이라도 필요할 것 같다 싶은 생각이 들면 일단 사고 봤다.


시간 여유를 갖고 우리 부부가 뭘 살지 말지 결정했다면 그러진 않았을 텐데. 오랜만에 부모님댁에 내려갔다가 어머니와 같이 백화점 쇼핑을 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충동구매 느낌이 없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때 산 물건들은 육아에 꽤 많은 도움이 되었다.


유용하게 쓴 물건 중 하나. 신생아용 손톱 가위다.

갓 태어난 아이들의 손톱은 성인의 것과 많이 다르다. 작은 크기는 말할 것도 없고, 매우 얇다. 그래서 일반 손톱깎이 보다 신생아용 손톱가위로 잘라주는 게 좋다. 깔끔하게 잘리기도 하고 조금씩 날카로워져 있는 부분을 다듬기도 수월하다.


그러던 어느날. 첫째 딸 낭콩이가 손톱가위에 흥미를 느끼는 게 보였다.


어린이집에서 가위질을 하며 놀았던 적이 있는지 거실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던 종이를 사각사각, 가위로 자르기 시작한 것.


아무리 신생아용 손톱가위라지만 그래도 날카로워서,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불안했다. 가위질이 서툴러서 손을 다칠 수도 있으니까.


그렇다고 무작정 빼앗을 수도 없었다. 어딘가에 홀리기라도 한듯 가위질의 매력에 빠진 낭콩이었다.  계속, 철저히, 관리감독(?)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게 그렇게 재밌니...?'라는 생각을 하면서.


아내도 그런 낭콩이를 지켜보고 있었나보다.


"애들 가지고 노는 안전 가위가 있던데 사줘야겠어."


며칠 뒤, 집 근처 반디앤루니스를 지나는데 갑자기 훅 들어가는 아내.


"왠지 여기서 본 적 있는 것 같아."


아니나 다를까. 아내의 기억대로 유아용 안전 가위들이 진열돼 있었다. 고민없이 바로 구입.


엄마의 눈썰미란... 아빠는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부분 중 하나인 것 같다.

이게 그 안전 가위라는 것이다. 일반 가위와는 다르게 날이 없다. '이걸로 뭐가 잘리긴 하는 거야?' 싶을 정도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잘 잘린다. 적어도 종이만큼은 깔끔하게, 원하는 모양으로 잘라낼 수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 손이 다칠 염려가 없으니 마음이 편하다.


크기도 작아서 아이와 외출할 때 가방에 넣어다니기도 좋다.


아이 손에 가위 하나 쥐어주고 주변을 둘러보면, 마음껏 자르며 놀 수 있는 게 생각보다 많다. 식당에서 받은 영수증, 지나가다 받은 전단지들 순식간에 '놀잇감'으로 돌변한다.


어른들에게는 그냥 의미 없는, 단순한 '가위질'에 지나지 않는 일이,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놀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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