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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원준 Jan 08. 2019

"다 때가 있겠지" 하며 기다리는 것

둘째가 잠을 자지 않는다. 


아무리 먹여주고 안아줘도, 한 시간을 채 자지 못한다. 특히 낮에는 더욱 그렇다. 그나마 밤에는 잠을 좀 자는데 그래 봤자 신생아인지라 2, 3시간 간격으로는 꼭 깬다.


나는 평일에 그나마 회사에 가 있으니 육아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있을 수 있는데, 하루 종일 아이와 씨름해야 하는 아내는 점점 지쳐간다.


갓 태어난 아기들은 낮과 밤에 대한 인식이 없다. 팔다리도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못하는데 잠을 원하는 때에 잘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우리는 경험에 의해서 알고 있다. 100일 정도가 지나야 겨우 밤낮 구분이 조금 생기고, 그전까지는 아이와 함께 덩달아 불규칙한 수면을 각오해야 한다는 것을.


그럼에도 우리는 섣부른 기대를 하고 만다.


'오늘은 좀 자겠지...? 잘 먹이고 계속 안고 있었으니까 이제 잘 거야... 3시간, 아니 2시간 만이라도 잤으면 좋겠다...'


하지만 침대에 내려놓기만 하면 눈을 뜨는 둘째. 작은 기대는 큰 실망으로 바뀌고, 이내 아이를 원망하기에 이른다. 아이가 시원한 배변 활동(?)까지 하며 그나마 남아있던 졸음마저 날려 보내는 날에는, 나도 모르게 짜증 섞인 말을 내뱉게 된다.


"왜 그러냐 정말... 잠 좀 자자..."


알아듣지도 못하는, 태어난 지 이제 겨우 한 달이 지났을 뿐인 아이에게 화를 내다니. 참 못난 아빠다. 잠을 잘 자지 못해서 그랬던 것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아이 앞에서 늘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육아를 하다 보면 아이에게 바라는 점들이 많이 생긴다. 올해 네 살이 된 첫째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얼른 기저귀를 뗐으면 좋겠다.'

'밥은 스스로 잘 먹었으면 좋겠다'

'씻을 땐 장난치지 않고 씻기만 했으면 좋겠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으면 좋겠다'

.

.

.


바라는 것이 많아질수록 아이를 자주 혼내게 되고, 그만큼 아이는 떼를 쓴다. 그러면 또 떼쓴다고 꾸짖고, 아이는 울고, 악순환이 계속된다.


그러다 문득 내가 아이에게 너무 많은 걸 바라고 있는 건 아닌지, 아이의 모든 행동을 내 기분, 내 기준에 맞추려 했던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될 때가 있다.


다 때가 있는 것일 텐데 말이다.


'육아 멘토'로 유명한 오은영 박사의 책 <못 참는 아이 욱하는 부모>에 보면 이런 얘기가 있다.


육아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만 꼽으라면, 기다리는 것과 아이를 나와는 다른 인격체로 존중해 주는 것이다. 아이의 발달을 지켜볼 때도 기다려야 하고, 아이를 가르칠 때도 기다려야 한다.

아이에게 옳고 그른 것을 가르쳐 주는 훈육 또한 기다림이 가장 중요하다. 중간에 간섭하지 않고 채근하지 않고 기다려 주는 것만 잘해도 아이는 잘 자란다.

잘 기다려 주려면 아이가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아이를 나와 동일하게 생각하거나, 아이를 나의 소유로 생각하면 기다리지 못한다. 아이가 내 마음과 다르게 행동하거나, 내가 계획한 것과 다른 방향으로 가면 내 마음이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얼른 달려가 방향을 돌려놓고 싶어 진다. 그럴 땐 아이가 나와 다른 존재라는 것을 인정해야 가만히 지켜볼 수 있다.


아이들은 아이들만의 페이스가 있다. 어른들이 보기엔 매우 더디다고 느껴질 수 있지만, 저마다의 속도로 잘 성장하고 있다. 그게 못마땅하더라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기다려주는 게 부모로서의 바람직한 자세일 것이다.


그게 가능하려면 내 입장, 나의 기준을 어느 정도 내려놓아야 한다. 아이의 행동을 존중하고, 이해하려 노력하고, 또 믿어주어야 한다. 물론 훈육이 필요할 땐 단호히 해야겠지만, 모든 순간 아이를 다그치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아이의 행동이 기대에 못 미칠 때면, 이 말을 떠올리며 조금만 기다려보자.


"다 때가 있다."

이미지 출처 : 배달의 민족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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