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둘째이지만...첫째에 대한 이야기
사람은 서서히 변한다.
그래서 가족이나 자주 보는 친구들의 모습이, 세월이 흐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잘 인지하지 못한다. 심지어 거울 속 내 모습도 원래 이랬던 것처럼 느껴진다.
'원래' 이랬던 것처럼.
아이를 키우면서도 마찬가지다.
쫑알쫑알 말도 제법 잘하고, 제 발로 걷고 뛰고, 제 손으로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게 된 첫째. 갓난아이 시절의 모습은 이제 흐린 기억으로, 머릿속에 겨우 남아 있을 뿐이다.
지금 내 눈 앞에 존재하는 아이의 모습이, 가장 익숙하고, 당연하게 느껴진다.
'원래' 그랬던 것처럼.
그런데 그 '익숙함'들은 가끔, '낯섦'으로 다가온다.
정확한 표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뭔가 묘한, 그런 기분이 있다.
얼마 전 둘째의 50일 기념 촬영을 위해 사진 스튜디오에 갔다. 누구의 도움 없이, 네 가족이 처음으로 함께 하는 외출이었다.
이날의 주인공은 물론 둘째였다. 하지만 정작 꽃단장을 한 건 아내와 나, 그리고 첫째였다. 비롯 한두 컷이었지만 둘째와 함께 처음 찍는 가족사진이니, 최대한 잘 나왔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스튜디오 스탭분들의 능숙한 진행 실력 덕분에 둘째의 단독 사진 촬영은 순조로웠다. 울지도 않고 졸려하지도 않아서 무사히, 후다닥 찍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한 시간 전에 먹은 분유를 게워내진 않을까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이어서 가족사진 촬영까지 일사천리. 남은 건 첫째와 둘째의 '투샷'이었다. 어떤 모습이 연출될지, 궁금하고 또 기대가 됐다.
팔걸이의자에 첫째가 먼저 앉았고, 스탭 한 분이 둘째를 들어 첫째 옆에 앉혀주었다. 바로 그때, 첫째의 모습을 보고 들었던 감정이 '낯섦'이었던 것 같다. 어리광 부리고 떼쓰며 울고불고하던 아이가, 그 순간만큼은 정말 의젓해 보였다. 자그마한 둘째 옆이라 그랬는지, 평소보다 더 커 보이기까지 했다.
포즈를 취할 때도 누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첫째였다. 자연스럽게 둘째 허리 뒤로 한 팔을 감고, 다른 한 팔로는 둘째가 앞으로 넘어지지 않도록 잡아주었다. 그리고는 카메라를 보고 웃어 보이는 아이.
"너무 예쁘다~ 동생 이마에 뽀뽀도 한 번 해줄까?"
스튜디오 스탭의 주문에 기다렸다는 듯 뽀뽀까지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예쁘게 사진을 잘 찍어 주어서 고마웠지만, 한편으론 기분이 묘했다.
'언제 저렇게 커버렸냐...' 하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한창 어리광 부릴 나이에 보였던, 아주 잠깐의 '의젓함' 때문이었을까.
그 감정의 정체야 어찌 됐든 분명한 건, 지금도 아이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서서히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또 언제, 나에게 이런 묘한 감정들을 안겨줄까. 어떤 순간,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