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원준 Jan 29. 2019

첫째의 재발견

사진은 둘째이지만...첫째에 대한 이야기

사람은 서서히 변한다.


그래서 가족이나 자주 보는 친구들의 모습이, 세월이 흐름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 잘 인지하지 못한다. 심지어 거울 속 내 모습도 원래 이랬던 것처럼 느껴진다.


'원래' 이랬던 것처럼.


아이를 키우면서도 마찬가지다.


쫑알쫑알 말도 제법 잘하고, 제 발로 걷고 뛰고, 제 손으로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게 된 첫째. 갓난아이 시절의 모습은 이제 흐린 기억으로, 머릿속에 겨우 남아 있을 뿐이다.


지금 내 눈 앞에 존재하는 아이의 모습이, 가장 익숙하고, 당연하게 느껴진다.


'원래' 그랬던 것처럼.


그런데 그 '익숙함'들은 가끔, '낯섦'으로 다가온다.


정확한 표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뭔가 묘한, 그런 기분이 있다.




얼마 전 둘째의 50일 기념 촬영을 위해 사진 스튜디오에 갔다. 누구의 도움 없이, 네 가족이 처음으로 함께 하는 외출이었다.


이날의 주인공은 물론 둘째였다. 하지만 정작 꽃단장을 한 건 아내와 나, 그리고 첫째였다. 비롯 한두 컷이었지만 둘째와 함께 처음 찍는 가족사진이니, 최대한 잘 나왔으면 하는 바람에서였다.


스튜디오 스탭분들의 능숙한 진행 실력 덕분에 둘째의 단독 사진 촬영은 순조로웠다. 울지도 않고 졸려하지도 않아서 무사히, 후다닥 찍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한 시간 전에 먹은 분유를 게워내진 않을까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이어서 가족사진 촬영까지 일사천리. 남은 건 첫째와 둘째의 '투샷'이었다. 어떤 모습이 연출될지, 궁금하고 또 기대가 됐다.


팔걸이의자에 첫째가 먼저 앉았고, 스탭 한 분이 둘째를 들어 첫째 옆에 앉혀주었다. 바로 그때, 첫째의 모습을 보고 들었던 감정이 '낯섦'이었던 것 같다. 어리광 부리고 떼쓰며 울고불고하던 아이가, 그 순간만큼은 정말 의젓해 보였다. 자그마한 둘째 옆이라 그랬는지, 평소보다 더 커 보이기까지 했다.


포즈를 취할 때도 누나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첫째였다. 자연스럽게 둘째 허리 뒤로 한 팔을 감고, 다른 한 팔로는 둘째가 앞으로 넘어지지 않도록 잡아주었다. 그리고는 카메라를 보고 웃어 보이는 아이.


"너무 예쁘다~ 동생 이마에 뽀뽀도 한 번 해줄까?"


스튜디오 스탭의 주문에 기다렸다는 듯 뽀뽀까지 훌륭하게 소화해냈다.

기안84의 정수리 뽀뽀가 생각나는 건 기분 탓일까

예쁘게 사진을 잘 찍어 주어서 고마웠지만, 한편으론 기분이 묘했다.


'언제 저렇게 커버렸냐...' 하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한창 어리광 부릴 나이에 보였던, 아주 잠깐의 '의젓함' 때문이었을까.


그 감정의 정체야 어찌 됐든 분명한 건, 지금도 아이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서서히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또 언제, 나에게 이런 묘한 감정들을 안겨줄까. 어떤 순간,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기대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의 행동 패턴을 깨야 할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