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에게는 여러 가지 행동 패턴이 있다. '이럴 땐 꼭 이렇게' 해야만 하는, 정해진 룰 같은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게 있다. 외출할 때 신발은 자기 손으로 신어야 한다. 큰일을 볼 때는 기저귀로 갈아입은 뒤, 손에 노란색 탱탱볼을 들고 커튼 뒤로 들어가야 한다. 양치질은 스스로 충분히 하고 난 뒤에야 나에게 '검사'를 허락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수면 조끼를 입는데, 이때 단추는 꼭 직접 채워야 한다.
이것 말고도 다양한 패턴이 있다. 하지만 때에 따라서는 그것들을 깨야 하는 일도 생기기 마련이다. 같은 상황이라고 해서 항상 똑같이 행동하며 살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럴 때마다 아이가 떼를 쓴다는 것이다.
늘 하던 대로 해야만 안정감을 느끼고, 평소와 다르게 행동해야 할 때 폭발하는 아이. 이럴 때는 부모로서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을까.
2주 전 주말에 있었던 일이다.
아이와 둘이 키즈카페에서 한참을 놀다가 두 시쯤 집으로 갔다. (아내는 둘째와 친정에 있었다.) 열심히 에너지 분출을 했으니, 간단히 간식을 주고 낮잠도 재울 생각이었다.
기분 좋게 배를 채운 첫째는 잠옷으로 갈아입고 잘 준비를 했다. 곧 책 세 권을 들고 방으로 들어오는 아이. 낮이든 밤이든, 잠을 자기 전에는 꼭 책 몇 권을 읽어야만 눈을 붙이는 첫째였다.
책 몇 권 읽어주는 게 그리 어려운 일도, 오래 걸리는 일도 아니니 평소에는 기꺼이 해주었다. 그러다 보니 패턴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패턴을 깨야했다. 시곗바늘이 이미 3시를 향해 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은 늦어도 2시에는 낮잠을 재운다. 그래야 두 시간, 두 시간 반을 푹 자도 4시경에는 일어날 수 있다.
그런데 책을 보고 자면, 아이가 3시 이후에 잠들 것 같았다. 그렇게 가만히 두면 다섯 시까지 잘 게 뻔했다. 그러면 밤 취침 시간도 영향을 받게 된다. 그렇다고 낮잠을 딱 한 시간만 재우고 깨우는 것도, 아이가 피곤해할 것 같아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민하는 사이, 아이가 책을 읽어 달라고 내 앞에서 조르기 시작했다. 계속 떼를 쓸 게 분명했지만 아이에게 한 번 말해보았다.
"오늘은 책 읽지 말고 얼른 자자~"
패턴을 깨기 위한 시도. 역시나, 아이는 예상대로 울음을 터뜨렸다. 방방 뛰면서 책을 읽어 달라고 소리를 쳤다.
거기에 동요하지 않고, 차분히 다시 한번 설명했다.
"책 너무 보고 싶지-? 아빠도 읽어주고 싶은데 지금 책 읽고 자면 너무 늦게 자게 돼. 그러면 엄마한테도 엄청 늦게 가게 될 텐데 괜찮겠어? 그러지 말고 오늘은 얼른 자고 빨리 엄마 보러 가자~ 알았지?"
아이는 그래도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얼마나 책이 보고 싶으면 이럴까 싶을 정도로 통곡을 하는 아이.
하지만 떼를 쓰며 폭발할 때에는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니, 안쓰러웠지만 같은 말을 반복하며 달래주었다.
품에 안겨서 울던 첫째가 서서히 힘을 빼고 내 어깨에 기대는 게 느껴졌다.
아이가 어느 정도 크고 나서는 함께 누워서 재워주는 게 보통이었지만,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에, 이날만큼은 자장가를 불러주며 오랫동안 품에 안아 주었다.
아이가 서너 살쯤 되면 육아는 새 국면을 맞이한다. 아이에게 자율성이 생기고, 정확히 의사 표현할 수 있는 언어 능력도 갖춰져 고집이 세지기 때문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둬야 할지 통제해야 할지 매 순간 고민하게 된다.
그럴 땐 먼저, 아이의 행동 패턴을 깨는 것이 꼭 필요한 상황인지 생각해보자. 그렇다는 판단이 서면 아이에게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자.
처음엔 떼를 쓰니 힘들 것이다. 그래도 아이와는 다른 차분한 모습으로, 아이의 마음에 공감을 표하며 계속 얘기해보자. 겉으로는 순순히 응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겠지만 언어능력이 어느 정도 형성된 아이라면, 결국은 부모의 말을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여줄 것이다.
내 생각은 이렇다. 내 말을 쉽게 따라주지 않는다고 해서, 내 생각과는 다르게 행동한다고 해서 과도하게 답답해하거나 신경을 쏟지 않는 게 좋다는 것. 좀 컸다고 해봤자 아직 그냥 장난치고 노는 게 좋은, 어린아이일 뿐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