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생기면 자주 드나들게 되는 곳이 있다. 바로 병원이다.
아직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은 자주 아프다. 그것도 응급 상황일 때가 종종 있어서 생전 가보지 않은 24시간 의료원, 대학병원 응급실도 가게 된다. 그런데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막상 상황이 닥치면 당황스럽기 마련이다.
아이들의 응급 상황.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
지난 주말, 둘째의 갑작스러운 응급실 방문으로 조금이나마 알게 된 사실들을 적어본다.
(미리 밝혀두지만 아래 내용에서 내 지분은 별로 없다. 정보력에 강하고 침착히 대처해 준 아내 덕에 나도 많이 배웠다.)
1. 상황 파악하기
지난 일요일 밤, 여느 때와 같이 첫째를 씻겨주고 함께 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아내가 어두운 낯빛으로 다가와 말했다.
"둘째 열나."
상황 파악이 잘 안 됐던 나는 뭐부터 해야 할지 몰랐다. 열이 38도까지 올랐다는데, 그 말의 의미도 알아채지 못했다. 아이를 오래 안아줘서 생길 수도 있는, 미열 정도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아내 생각은 달랐다. 둘째가 며칠 전부터 콧물이 조금씩 나고, 밤에도 그렁그렁 거리며 콧소리를 내며 잤다고 했다. 열이 더 오르기 전에 빨리 병원에 가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때 시각이 밤 9시 30분경이었다.
2. 대처 1 - 119 의료상담
하지만 어느 병원을 가야 좋을지 또 판단이 서지 않았다. 내가 떠올린 건, 몇 달 전 첫째가 갑자기 열이 났을 때 갔던 집 근처 24시간 의료원이었다.
나는 병원을 가기로 했으니, 어디든 일단 가자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아내 생각은 달랐다. 좀 더 신중했다.
나가기 전에 119에 전화를 한 번 해보는 게 좋겠다고 했다. 119 종합상황실에서 24시간 의료상담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으니, 이럴 때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물어보겠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그런 건 알았는지, 나갈 준비를 하는 동안 재빨리 간단한 검색을 해본 모양이었다.
아내가 119에 전화를 한 뒤 의료상담을 원한다고 얘기하니 어딘가로 다시 연결이 되는 것 같았다. 생후 70여 일 된 아이가 열이 난다, 38도 정도 된다,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119측에서는 24시간 의료원 말고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서 제대로 진단을 받을 것을 추천했다. 생후 100일이 되기 전 신생아는 모체의 면역력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어서 웬만하면 열이 잘 나지 않는단다. 그런데 열이 난다는 건 어딘가에 분명 이상이 생겼다는 것이니 원인을 제대로 알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3. 대처 2 - 소아응급센터 방문
그럼 어느 대학병원을 갈 것인가를 또 판단해야 한다. 남자는 단순하다. 내가 떠올린 건 가장 가까운 대학병원 응급실이었다. 어찌됐든 대학병원이니 기본적인 시스템은 갖춰져 있을 거라고 봤고, 일단 어디든 빨리 가는 게 좋을 거라 생각했다.
예상했겠지만, 아내는 이번에도 다른 생각이었다. 집 근처가 아닌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대학병원 응급실로 가자고 했다. 그래 봤자 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곳이었던 데다, 소아응급센터 시스템이 잘 돼 있어 신생아인 둘째도 진료를 잘 받을 수 있을 거라는 얘기였다.
그렇게 밤 10시경, 우리는 생후 75일 된 아이를 꽁꽁 싸매고 집을 나섰다.
아이에게 응급상황이 발생하기 전,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24시간 의료원이나 대학 병원 응급실 관련 정보를 미리 알아두면 좋다. 그만큼 우왕좌왕하지 않고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응급실 진료를 모두 마치는 데까지는 총 3시간이 걸렸다. 일요일 밤이었지만 소아 응급 환자들이 많았다. 게다가 둘째는 신생아였던지라,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한 소변검사, 피검사까지 해서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검사 결과까지 확인해야 했는데, 거기에만 1시간 반이 소요됐다.
첫 진료에서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아 일단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응급실에 있는 동안 열이 조금 내려서, 열이 오르면 해열제로 진정시켜 본 뒤 상황을 보고 다시 내원하라는 말을 들은 뒤였다.
그때 시각이 새벽 1시. 응급실에서 한바탕 소동을 치르고 돌아오니 집안이 더없이 고요하게 느껴졌다. 그제야, 엄마가 보고 싶다며 울다 지쳐 잠들었다는 첫째 생각이 났다.
병원으로 출발하기 전, 나가는 우리를 보고 "동생아, 병원 잘 갔다 와~" 하며 씩씩하게 인사해주었는데, 막상 잘 때가 되니 쓸쓸했나 보다. 둘째가 아프니, 첫째도 덩달아 마음고생을 했다.
아이들이야 아프면서 큰다지만, 그래도 조금은 덜 아프면서 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