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날씨가 좋았다. 미세먼지도 없고 햇살은 따뜻한 와중에 바람은 선선했다. 외출하기 좋은 날이었다.
휴일에 아내의 친한 지인네 가족이 우리 집에 놀러 왔다. 이사 후 첫 집들이였다. 점심으로 피자를 시켜먹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아이들이 조금 지루한 기색이 보일 때쯤 외출을 했다. 근처에 한강 공원이 있어서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기에 좋았다.
그런데 이 날 외출은 평소와는 좀 다른 모습이 있었다. 바로 첫째가 킥보드를 타고 나선 것이었다. 킥보드는 아이가 평소 갖고 싶어 하던 것 중 하나였다. 밖을 지나가다가 누군가 타고 지나가는 걸 볼 때면 부러운 눈길로 쳐다보곤 했다.
몇 번은 자기도 타고 싶다고 직접 얘기를 한 적도 있어서 언젠간 사줘야지,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생일 겸 어린이날 선물로 장인장모님께서 마침 장만해주셨다.
집 안에서 간단히 자세를 잡으며 연습을 해본 적은 있었는데 밖에 가지고 나간 것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꽤나 긴 코스를 왕복해야 하니, 첫 주행치고는 다소 큰 도전이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아내가 구입해 놓은 헬멧까지 쓰고 조심조심 킥보드를 타기 시작한 첫째. 헬멧을 쓴 것만으로도 너무 앙증맞고 귀여워 보였는데, 조그만 발로 바닥을 차며 나가는 모습을 보니 미소가 지어졌다. 얼마나 신이 날까 하는 생각이 들어 흐뭇했다.
아직 방향 조절을 잘하지는 못했지만, 내가 끌어주려고 할 때면 “내가 해볼 거야” 하며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또 주변에 언니 오빠들이 킥보드를 타고 쌩 지나가기라도 하면 그걸 유심히 지켜보고는 그 자세를 은근히 따라 해 보기도 했다. 언니 오빠들처럼 신나게 달려보고 싶은 모양이었다.
밖에 나간 지 두 시간이 지나 초저녁이 되었다. 이제 그만 들어가자는 말에 아이는 아쉬움을 표했다.
“친구랑 더 탈 거야.”
첫 킥보드 나들이가 꽤 재미있었나 보다. 친구와 함께였으니 더 즐거웠을지도 모르겠다.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 주말만이라도 날씨가 선선했으면 좋겠다. 미세먼지도 제발 잠잠하길 바란다. 비록 친구들, 연인들끼리 한강공원을 찾은 사람들보다 신경 쓸 일도 많고 힘이 들기도 하지만, 킥보드를 타며 즐거워하는 아이 모습을 볼 수만 있다면 나는 그들 못지않게, 아니 그들보다 더 행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