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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원준 Jun 24. 2019

매거진 이름을 바꿔 보았습니다

제목을 정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입니다. 그에 비하면 오히려 글을 쓰는 건 쉬운 일이죠. 물론 어렵다고 느낄 때도 있지만, 잘 써보겠다는 욕심만 버리면 어떤 글이든 '일단' 쓸 수는 있으니까요.

방송 제작을 할 때도 비슷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보통 화면 좌상단에 보면 프로그램 로고와 함께 간단한 내용이 몇 글자 들어가 있죠. 그게 글로 치면 소제목 같은 건데요. 어떻게 적어야 방송 내용을 함축적으로, 깔끔하고 간결하게, 또 쉽게 표현할 수 있을지, 가끔은 그 답이 쉽게 내려지지 않아 머리를 쥐어 뜯기도 합니다.

브런치에는 '매거진'이란 게 있습니다. 발행한 글들을 주제에 따라 담는 책과 같은 역할을 하는데, 여기도 제목을 달아야 합니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했을 때 그게 참, 쉽지 않더군요. 멋들어지면서 좀 ‘요즘 느낌(?)’ 나는, 트렌디 한 제목을 짓고 싶었는데 도무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에이 뭐, 매거진 이름이 그렇게 중요한가.’ 싶어 아무렇게나 지은 것 중 하나가 ‘허피디의 육아예찬’이었습니다. 썩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어쨌든 주제는 육아였으니 별 무리는 없겠다 싶어 오랜 기간 그 이름 그대로 유지해왔는데요. 최근에는 좀 바꿔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금 생각해보니 ‘육아’라는 단어 뒤에 ‘예찬’이라는 표현을 이어 붙일 당시에는 '육아의 순기능’을 알리려는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여러분! 모두 육아를 해보세요! 새로운 세상이 열립니다!” 하고 말이죠. 육아가 힘든 건 사실이지만 특별한 경험, 경이로운 순간들을 수없이 많이 선사하는 것 또한 육아입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육아에 관한 글을 쓴다면, 출산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육아에 지친 사람들에게 어떤 긍정적인 메시지를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감히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그런 의도와는 다르게 요즘 쓰는 글들은 ‘육아일기’에 가까워졌습니다. (일기는 일기장에 쓰라고 했거늘…)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날 있었던 일과 당시의 감정을 일단 기록하는 것에서 출발하면 글쓰기를 어렵지 않게 이어갈 수 있으니까요. 매주 방송 만드는 것만 해도 벅찬데, 글을 쓸 때마다 부담을 가지면 금방 포기하게 될 게 뻔했습니다. 결국, "꾸준히 계속 쓰려면 쉽게 쓰자."라고 마음먹은 것이 저의 글을 일기로 만들었습니다.

그럼 어느새 컨셉이 달라진 내 매거진의 이름은 어떻게 바꾸는 게 좋을까. 역시나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다만, 그런 생각은 들더군요. 브런치라는 끈을 놓지 않고 어떻게든 붙잡고 있는 건 “아무리 바빠도 육아일기는 쓰겠다!”는 마음가짐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매거진 이름도 그렇게 바꿔보았습니다. “바빠도 육아는 합니다”라고요. (참 단순하네요.) 글 내용을 봐도 그렇습니다. 대부분 '바쁜 직장인'으로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때 뭘 보고 느꼈는지에 대한 것이 많아요.

바뀐 매거진 제목을 아내가 보면 코웃음 칠지도 모르겠습니다. 미안하게도 요즘 육아의 대부분은 아내가 담당하고 있거든요. 아침에 첫째 어린이집 등원을 함께 하고, 퇴근해서는 집안일을 조금 거들고 있지만 그게 뭐 어디, ‘나 육아한다'라고 내세울만한 것이겠습니까. 스스로도 그렇게 떳떳하게 내세우진 못합니다.

그렇지만 "바빠도 육아는 합니다"라는 제목의 매거진에 글을 씀으로써, 그 부족함을 조금이라도 메울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요즘은 기껏해야 1, 2주에 한 편 정도 쓰는 게 전부이지만, 육아와 관련한 글을 쓴다는 건 그만큼 아이들을 관찰하고 생각한다는 것이니까요. 이제 와서 보니 바뀐 매거진의 제목은 어떻게 보면, 앞으로 더 노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언제 또 매거진 이름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꾸준히 기록해나가겠습니다. 구독자분들, 그리고 여러 루트를 통해 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 항상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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