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

by 모노크롬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추우나 더우나 한결같이 가족을 먹여 살리며 고군분투했던 그가 어느 날 임무 중에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내가 그의 일을 도맡았다. 갑자기 당한 일이라 그동안 그가 도맡았던 노동의 스킬을 습득하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웠지만 당장 내가 나서지 않으면 집안의 생계가 무너질 것이므로 어설프기 짝이 없는 몸짓으로 식솔의 호구 일선에 나섰다.


사실 그와 난 일란성쌍둥이 형제여서 누가 형이랄 것도, 동생이랄 것도 없이 친구처럼 지내 왔지만, 그는 늘 형처럼 의젓했으며 한순간도 꾀를 쓰거나 요령을 피운 적도 없이 행동했었고, 난 당연하다는 듯 평생을 그의 도움만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평소 대수롭지 않은 일들도 막상 혼자 처리하려니 어설프기 짝이 없고 하는 일마다 어린아이처럼 서툴러 그 무엇도 반듯하게 마무리가 지어지지 않는다.


난 평생 놀면서 지냈지만, 사실 그가 하는 일 중에 상당 부분은 거들기도 했다. 아니, 내가 없었더라면 그도 혼자서 할 수 없는 일이 많았다. 그리고 나 또한 그가 하는 일거수일투족을 눈여겨보며 살아왔기에 어느 정도는 잠재된 의식 속에 그의 행동과 습관이 기억되어 있기는 하다.


우리 형제의 우애는 유별나다. 즐거울 때나 기쁠 때나 힘들 때나 안락할 때나 언제나 동고동락하는 우리 형제를 빗댄 성경 말씀도 있다. 우리 둘 중의 하나가 행하는 선행은 다른 하나가 모르게 행하라는 말까지 있으니 이만하면 우리 둘의 사이가 얼마나 불가분의 관계인지를 알 수 있으리라.


내가 그의 일을 도맡은 지 벌써 일주일 정도 지났는데 모든 일이 어렵고 서툴지만, 그중에서 가장 힘든 일은 젓가락으로 콩자반 같은 작은 음식을 집는 일이다. 특히 차곡차곡 쟁여진 깻잎장아찌 같은 음식을 집느라고 애를 쓸 때는 그냥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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