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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osee May 08. 2024

보고 싶다! 곱디 고우셨던 우리 외할머니

주취작가의 푸념 : 술 처먹으면 왜 이렇게 보고 싶을까

나이 먹고 술 처먹으면 외할머니가 보고 싶다

늙어서 그런 걸까..  술 먹으면 그렇게 많이 보고 싶다.

그냥 할머니가 한번 따뜻하게 안아줬으면 좋겠다고 주정을 부려본다.  훨훨훨 날아가신 그곳에서 행복하시길..




그때는 그런 시절이었다 연탄보일러를 때고

밤마다 연탄불이 안 꺼지게  누군가는 새벽에 나가서 불을 봐야 했던.  

쌍팔년도의 어렵게 어렵게 살아가던 시절.


엄마마저도 돈을 벌러 공장 나간 사이 

나는 외할머니 사랑을 받으면서 자랐다.  

아직도 내가 기억나는 건 먹기 싫어하던 사과를 숟가락으로 긁어서 주시던 우리 외할머니...


외할머니는 내게 엄마 같은 존재였다. 엄마가 공장 일하러 가면 밥도 챙겨주시고 옷도 빨아 주시고.

그 이쁜 유리병에 들어있던 비싼 베지밀 B도 사주시고 겨울이 되면 쌈짓돈을 꺼내어 야채 호빵도 사주셨다.  

그 쌈짓돈을 꺼내던 검은색 낡고 낡은 지갑은 아직도 기억난다.


어릴 적 국민학교 때 운동회, 엄마 대신 외할머니가 오셨었다. 그때는 그게 왜 그렇게도 창피했는지

다른 아이들처럼 엄마 아빠가 오길 바랐는데,

하야디 하얀 체육복 입고 엄마를 기대하던 꼬마는 운동장에서 할머니가 싸 오신 김치와 밥을 먹으면서 남들을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소시지 반찬도 없고 김밥도 아닌... 유부초밥을 부러워하던 꼬마


커서도 마찬가지였다. 부모가 싸워서 갈 곳이 없을 때 그제야 외할머니를 찾아갔다. 내 먹고 싶던 것만 가득 사들고 할니 집에 가서 온갖 짜증을 부렸다. 더욱 해지신 할머니께

"건들지 말라고 나는 대가리 큰 성인"이라고 "할머니가 멀 아냐고" 했던 나쁜 놈.


사랑하는 우리 할머니는 내가 직장 들어가고 나서 췌장암으로 돌아가셨다. 투병하는 할머니를 보면서도 난 여름휴가를 해외로 펑펑 놀면서 다녀왔다. 이때까지 공부하고 취업하고 고생했으니 누리고 싶었다고 이야기하면서.


여름휴가를 다녀오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얼마나 내가 바보 같았는지

고작 그 여행 한 번을 위해 나를 사랑해 주던 외할머니가 아픈데도 그저 휴가를 가야 된다고..

몇 년이 지나고 나 그때의 내가 너무 한심스럽다.





국민학교 2학년 때 그때는 체벌이 너무도 흔했으니까..

무슨 일인지 기억은 안 나지만  전체 벌을 서고 있었고 화장실이 너무도 급했다.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했지만 그때의 선생님은 꾀를 부린다고 생각했었나 보다.  


결국 바지에 오줌을 고,  그 연락받고 달려오신 외할머니가 옷을 갈아입혀 주던 생각이 난다. 헐레벌떡 옷을 가지고 오셨던 할머니. 괜찮다고 괜찮다고 잘못한 게 아니라고..  나는 그런 할머니를 아픈데 두고 내  즐거움 찾겠다고 여행을 가고...  쓰레기 같은 손자


그렇게 아프게 아무것도 못 해 드린 채로 보내드다.

 후 우연찮게 할머니가 사시던 집을 찾아간 적 있다.

아직 그곳에 계실 거 같고 문을 열고 두드리면 할머니가 거기 계실 거 같았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냥 주르륵 눈물이 났다.  보고 싶었고 잘못했다고  다시 보면 그때 못 했던 말, 사랑한다고 이야기하고 싶었다.  키워주셔서 감사했다고


이렇게 가끔 술에 취하면 외할머니가 그렇게도 매우 많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보고 싶다.

사진을 보다 보면 어디선가 "우리 강아지" 하면서 아직도 사과를 긁어주실 것 같은데..

회사 취직했다고 기뻐해주시던 모습,

국민학교 때 날 데리러 오셨던 모습

기억은 어렴풋해져 가지만 떠올리면 언제나 행복한 따스한 느낌이 난다.


해 돌아오는 버이날!

오늘도 술 한잔 거하게 먹고 나니 곱디 고우셨던,

한복이 그렇게 잘 어울리시던 우리 할머니

날 키워주시던 날 위해 무엇이든 해주셨던 우리 외할머니가 뼈에 사무치게 보고 싶다.

눈물 한 방울 흘려가며.. 외로움이 사무치는 하루

뒤늦게 후회하며 그리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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