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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짬뽕이 먹고 싶었어요!

헤오씨의 세계 여행 - Travelog 12. 부다페스트 in 헝가리

by Heosee

"해외 가면 펑펑 다 쓸 거야"

"맛있는 레스토랑은 물론~ 유럽 가서는 고급지게 우아하게 배 부르게 먹고 오리라"


"그러나 코로나24- 스스로 격리 / 기나긴 3박 4일 "

"그저 짬뽕이 먹고 싶었어요"


부다페스트 어느 날 저녁

살인적인 유럽 물가에 극 소심해진 헤오

들어가기 전에 밖에서 메뉴판을 보며 금액이 얼마인지부터 계산하고 있다.

헤오(Heo) : 이게 6500 포린트면 2만 4천 원.

짬뽕 한 그릇에 2만 4천 원이 말이 돼?





2~3일을 끙끙 앓고 방 안에 틀어박혀서 먹지도 못하고 앓다 보니 비실비실 피식피식~

그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숙소 바로 앞 SPAR 마트에 가서 조리된 음식을 사 와서 먹는 것뿐

메뉴는 감자튀김. 치즈튀김, 이름 모를 생선 튀김. 그나마 간이 안된 듯한 볶음밥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었다.



SPAR Mart

헤오(Heo) : 이건 뭐지? 헝가리어로 쓰여있어서 도대체 먼지 모르겠네. 점원에게 물어봐야지

조금 더 좋은 컨디션이었으면 사진을 찍어서 구글 렌즈로 돌려보면 되는 것인데.

아프고 정신없으니 그저 머리가 안 돌아갔다.


헤오(Heo) : 이건 무엇을 튀긴 건가요?

마트 점원 : (귀찮다는 듯이) 왓? 헝가리어 헝가리어...

헤오(Heo) : (소심하게 작은 소리로) 치킨? 포크? 피시?...

마트 점원 : 치~~~이즈. 헝가리어 헝가리어...


'치즈를 튀겨?, 농담인가?' 그저 나는 보이는 대로 This, This 하면서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마트 점원 : (더 귀찮다는 듯이) 왓? .. (어마어마하게 많이 집어 담으며) OK?

헤오(Heo) : 노노! 하프 하프! 앤드 디스 포테이토 리틀!

마트점원은 짜증이 났나 보다. 슬쩍 날 째려보다 튀긴 감자를 담다가 한 개를 떨어뜨린다.

아무렇지 않게 다시 주어 내 포장 그릇에 담는다.


먼가 이의를 제기하고 싶지만

싸울 기운도 없다. 그저 저 감자는 받으면 빼서 버리면 되는 거지. 잘 기억할 테다.

마트 싸가지 점원 : 스푼 or 포크?

헤오 : All 에브리띵.


그렇게 일용할 양식을 사들고 오면서 평소에는 먹지도 않는 콜라를 집어 들고 왔다.

볶음밥 한 숟갈, 먼지 모르는 생선 튀김, 그리고 치즈 튀김. + 콜라 세 모금.

크으 콜라가 그렇게 맛있다니 - 아재 형님이 왜 콜라를 그렇게 좋아하는 이해가 된 하루였다.




P8020724.jpg


그렇게 두 끼 세끼를 먹고 나니.. 느글느글 기름기름 미글미끌 했다.

된장국도 먹고 싶고 김치찌개도 먹고 싶고... 몸이 조금 나아가는지...

머릿속에는 한 가지 음식이 강렬하게 꽂혔다

"짬" "뽕"

+ 흰쌀밥을 푹 말아서!


간간히 물어오는 모든 카톡 안부에 내 대답은

"코로나 걸렸음 ㅜ.ㅜ 짬뽕 먹고 싶어"였다.

이 유럽 와서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이! 짬뽕이라니!!


어제 부로 열은 해제되었고 기침도 잦아들었고 몸이 살만해지니 더욱 매콤 강렬함이 땡겼다.

마침 멀지 않은 곳에 한식당도 있고.. 해 지는 어느 저녁에 남들은 야경을 보러 갈 준비를 할 시간에

난 그렇게 짬뽕으로 향했다.

가게 앞에 도착하고 메뉴에 "짬"뽕"을 발견하는 순간... 세상 모든 음식과도 안 바꾼다 생각했다.



외국 점원 : (한국말) 어서 오세요~ 편한 곳에 앉으면 돼요.

완벽하지 않은 한국말이지만 얼마나 반갑던지. 이국땅에서 한국말이 반가울 때도 있다니..

회복된 헤오(Heo) : 네 그럼 짬뽕 하나하고 공깃밥 하나 주세요.

외국 점원 : 음료는 필요 없으신가요?

회복된 헤오 : (물이 비싸네~ 나가서 사 먹어야지) 네!



그렇게 조금 기다리고 있을 때 한국인의 정! 반찬이 나오는 이 정겨운 상차림.. 단무지가 반갑다.

회복된 헤오(Heo) : 이 집은 단무지 맛집이네. 마늘종도 와 맛집이야.

드디어 짬! 뽕!



1단계 : 우선 면을 다 제거한다! (주문시킬 때부터 면은 빼 주세요. 이야기 했으면 되었을걸..)

2단계 : 그리고 밥을 풍덩 말아 넣는다!

3단계 : 한국말이 통했으면 그 매우디 매운 청양고추 Please. 하고 싶었지만 영어로 청양 고추를 설명하느니 포기한다.

밥을 푸욱 말아서 그 매콤한지도 아닌지 아리까리(?) 한 국물에 탄수화물과 나트륨을 몸에 때려박았다.

그리고 한 숟갈. 국물에 푸욱 담긴 쌀밥 한 숟가락

줄줄 흐르는 땀.. 멈추지 못하는 숟가락..

미친놈처럼 코를 때려 박고 그렇게 허겁지겁 게걸스럽게 짬뽕을 완뽕했다.

왠지 울적하면서 기뻤다. 아프면서도 신났다. 땀이 주룩주룩 나는데 시원했다.


얼마나 허겁지겁 먹었던지.. 허탈했다.

그냥 집에서 1만 5천 원 내고 맛난 짬뽕을 먹을 것이지

여기까지 와서 먼 부귀영화를 누린답시고 호텔방안에 갇혀있다가 2만 4천 원짜리 짬뽕 한 그릇 먹는다니..

나의 여행이란 게 이런 건가 싶었다.


그러나 밖을 나서는 순간..

부다페스트에 부는 저녁 살랑바람에

목욕탕 다녀온 후 땀을 쭈욱 뺀....

얼마나 맛있게 먹었던지 며칠 동안 아팠던 기분이 싹 다 날아갔다.

오히려 오늘은 드디어 부다페스트를 잘 여행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사는 게 별거 없듯이 여행도 특별한 무언가를 찾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헤오(Heo) : 누가 부다페스트 가서 머가 젤 좋았냐고 물어보면...

나는 짬뽕이 제일 좋았다고 이야기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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