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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osee Oct 31. 2024

문과 공대생

40대 회사원의 이야기  - 3. 내 길이 아닌 거 같을 때

40대 회사원의 이야기  - 2. 그 후 일 년

세상에 안 되는 건 있다. 천성이 아닌 것도 있다.

문과와 이과를 나눈 사람을 난 천재라고 생각한다

공대와 문학을 나눈 사람은 누구였을까?

항상 나는 공간적으로 창조하는 업무에 있어서는 어려움을 겪곤 한다.

"이게 어떻게 되는 거지?"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

업무에 필요한 지식을 배우고 있다.

그 가운데 중고 신입으로 끼어 앉은 헤오.


멘토A :  자 이렇게 이렇게 돼서 이렇게 공간이 나오고 렇게 빠져나오는 거예요. 쉽죠?

헤오 : ....

멘토A: 자 다 이해는 했을 거고.. 자 이해가 돼요?

내가 하는 말이 뭔지는 알겠어요? 100%? 아님 50%? 30%는 아니겠지?

30%도 안 됐으면 그럼 관둬야지...


실은 한 30%도 이해 안 되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이해 안 된다고 말을 꺼내는 게 창피하다.

"실은 천성 난 문과생이야" 어마어마한 핑계로

스스로를 위안시켜 보지만.  공간 감각을 발달시키지 못한 내게..

아무리 설명해도 평범한 공대졸업생만큼 이해되지 않는 현실에 벅차한다..

(공대 졸업도 다 글짓기만 A를 받았다.)


멘토A : 자 헤오 이해했으면 다 이해한 거지.

별거 아닌 농담처럼 던진 진담에 진땀이 난다.

과연 이 길을 가야 하는 사람으로 나는 맞는 걸까..

지금이라도 그저 문학생으로 돌아가야 하는 사람인 걸까..



10여 년 전..

어마무시했던 나쁜 부장:  이번 행사를 앞두고 부사장께서 인사말을 적어서 보내 달래네. 누가 할래?

헤오: (눈을 피하면서 고개를 퍽 하고 숙인다..  걸리면 또 귀찮은 일이다.)

어마무시했던 나쁜 부장:  어이 헤오 사원.  네가 초안 잡아서 보고하렴.

헤오 사원: 네...


몇 시간 뒤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글짓기를 진행한다.

투다다닥 치는 타자에는 막힘은 없다. 이 행사의 취지도 알고  어떤 이야기를 했으면 좋겠고

또한 몇 년 동안 부사장에게 보냈던 여러 형식의 인사말이 베이스가 되어 얼마든지 앞뒤의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헤오 사원 : 여기 초안 보고 드립니다. 부장님.

어마무시했던 나쁜 부장:  (습관적으로 빨간펜을 손에 쥔다) 머 네가 얼마나 썼겠어? 자 보자..

(쭉 읽고 나선...) 얼~  너 좀 쓴다? 괜찮네. 보내라.

몇 년 동안 단 한 번에 OK를 받은 적이 없던 모든 업무보다 글 한 줄 지어내는 게 행복했다.




가끔은 인생을 거스른다고 생각한다.

취업을 잘된다는 이과를 선택해서 어느새 흘러들어온 이 생활..

아무리 해도 3차원은 그려지지 않고 그나마 엑셀 컨 컨브이로 벌어먹은 생활..


매일 매번 고민을 한다.

바라는 방향과 잘하는 방향일치하지 않는 삶의 터전 위에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성공하고자 하는 욕구와 적당히 살고 싶은 욕구가

언제나 선 하나를 두고 넘나들면서 살고 있다.


2024년 현재.,

죽어라 열심히 했지만 혼자만 일정이 늦어졌다 

그리고 난 뒤 훈육 타임

"안되면 남들은 8시간 근무할 때 너는 16시간을 근무하는 거야.

물론 추가 8시간은 너 스스로 채워가는 시간이지. 그건 요행을 바라거나 돈을 버는 시간이 아닌

오로지 너에 대한 너 자신 스스로의 투자임을 명심해."


버릴 단어는 하나도 없는데..  

그저 듣고 나서는 저 단어들을 삼키기 위한 시원한 맥주가 필요하다.

500CC는 부족하고..  적어도 50000CC는 속으로 부어 내려야 내려가지 않을까?


자고 나면 다시 돈 벌어야 하는 날은 리셋된다.

그리고 어차피 다시 변함없이

출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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