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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성완 Dec 17. 2019

아이키아

IKEA


내 삶은 너무나 평화로워 불꺼진 아이키아 매장 같아

가구가 넘어질 때나 미끄러진 유리잔을 잡으려할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삶을 체험하지

덕분에 몇 초간 너의 부재를 잊기도 해

이 방법이 효과가 있다는 걸 알게 된 후에

가구의 한쪽 다리를 자르고 유리잔 아래에는 구리스를 발랐지

그리스에 가고 싶어 무너진 사원의 조각을 훔쳐보고 싶어

경찰에게 쫓겨 서로의 언어로 서로를 심문하고

실컷 울고 돌아오고 싶어

가구는 넘어지며 기억을 쏟아내지

타악기처럼 리듬감있게

우주는 추락하고 여름은 가득해

오늘도 지구는 풍요로워

대체 저 많은 반바지와 티셔츠는 누가 만들어내는 걸까

그림자가 주인의 목을 잡아 당기지만 잘리지 않아

햇빛은 전처럼 날카롭지 않거든

나에겐 없는 것이 없어

내 삶은 너무나 평화로워 몰락한 놀이공원 같아

절뚝이는 가구와 끝없이 미끄러지는 유리잔들 덕분이지.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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