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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감정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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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화가 김성훈 Jan 28. 2019

쉽다.

쉬운  감정

그는 계속 피곤했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일을 쉴 수는 없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일은 끝나지 않았다. 

집에는 혼자 뿐이라고 느꼈고  집에 와서도 일을 하곤 했다.

이번 만이다... 이번뿐이다...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견뎠다. 

한 시간 앞만 보고 살자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견딜 수 없었다.


그녀는 그의 얼굴이 보기 싫었다. 

문을 열고 집에 들어오는 남자의 얼굴이 보기 싫었다. 세상 모든 일을 자신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

그는 지쳐 있었다. 그 모습이 보기 싫었다. 번호키 소리가 들어오면 그녀는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철저히 무시된다. 그 무시 속에서 그녀도 일상이 되어 버린다. 


피곤에 지친 그는 문을 열기 전 항상 생각한다. 몇 초간 생각하며 매일같이 퇴근길 문 앞에 선다.

"다녀왔어"라고 말을 해야지... 조금은 부드럽고, 조금은 높고, 조금은 밝고 그리고 짧지만 강하게...

현관문의 번호키는 항상 반사적으로 손가락이 간다.  

띠리링~~  번호키로 열리는 현관문은 너무 쉽다.  

    짧은 순간

그녀는 방으로 들어간다. 문이 닫히기 전 뒷모습이 익숙하다.

뒤이어 어려운 공간이 텅하고 내려온다. 그 공간에 눈을 뻗어 본다.

익숙하지만 잊힌 기억들을 가지고 있는 공간 속으로 남자는 들어간다.


그리고 짧게 많이 생각했던 남자의 감정들은 무시가 된다.

무시가 되어야 그날은 잠들 수 있다. 무시가 되어야 내일을 살 수 있다.


그녀는 현관문 번호키를 누르는 소리를 듣는다. 늦은 밤 남자가 들어오는 소리다.

이 공간으로 들어오려는 소리는 짧고 반사적으로 들린다. 

술을 먹었을까? 아니면 야근에 지쳐 들어오는 걸까? 하지만 익숙한 듯 들리는 번호키 소리에

반사적으로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온다. 

"다녀왔어"라는 말은 어려울까? 라며

여자의 생각은 또 쉽게 무시된다. 바라는 것도 생각도 쉽게 없어진다.


문 밖에 공간에선 그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공간은 또 쉽게 분리된다. 

감정들도 쉽게 무시되고 익숙해진다.


익숙한 것은 쉽게 잊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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