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년간 한국에서의 회사생활 끝에, 다시 시드니로 돌아오다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브런치보다는, 네이버 블로그에 내 일상들을 기록했는데, 그 이유는 브런치 계정에서는 뭔가 호주 이야기들로 글을 채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간단하게 내 상황을 요약하자면, 나는 2024년 7월 경 호주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했다.
그리고 12월에 한국에 있는 외국계 회사에 신입사원으로 취업을 하게 되었다.
한국에서의 회사생활은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험난했던 것 같다.
일단, 첫 인수인계부터 고난이었다. 이 회사는 외국계라는 타이틀을 가졌지만, 한국에 들어온지 오래된 법인이었고, 인원의 약 40% 정도가 이사, 상무 급의 타이틀을 단 뭐랄까... 한마디로 고인물이 많은 조직이었다.
쨌든 인수인계를 받는데, 내가 인수인계를 받아야 하는 실무진 사수가 일이 너무나도 많다 보니 여유가 없는게 느껴졌고, 그러다보니 말을 전혀 배려없이 하는게 느껴졌다. 뭐랄까 회사의 구성원들이 전체적으로 화가 나 있는 느낌이랄까...
처음 들어왔을 때, 20대는 나밖에 없었으며 사원들이 거의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된 이야기이지만, 인턴 사원급 20대들이 수직적인 분위기와 꼰대들의 억압에 못이겨 오래 버티지 못하는 그런 회사였다는..
쨌든, 내 매니저부터 비상식적인 이야기들을 서스럼없이 하고, 그것을 주변에서 제지하는 사람이 없는 그런 느낌이었다
그래도, 원래 회사생활이라는 것이 그렇겠거니 하며 인수인계 기간을 버텨냈다.
그 기간동안 울기도 많이 울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확실히 스파르타식으로 정말 빠르게 일들을 배울 수 있었다 (회사에서 에너지를 너무 빨리 소진해서 집에서 꿀잠 잘 수 있었다 )
그리고, 그 성격있던 사수가 휴직을 간 후에 나의 업무를 독자적으로 할 수 있게 되면서 확실히 회사생활이 더 수월해진 것도 있었다
마의 3개월을 버티고, 한 6개월 즈음에는 그래도 친한 동료분들도 생기고 짬이 차면서 하루하루 버티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은 순간이 잠깐 찾아왔다.
이 계급사회의 말단에 있는다는 것에 현타가 계속 오기는 했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지라 조용히, 묵묵히 하루하루를 버텨냈던 것 같다. 사람에 치이면서 정말 힘들었지만, 힘듦과 스트레스를 버티는 역치가 올라갔다고나 할까.
그러나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기에 블랙리스트 고인물 중 한명으로부터 폭언을 당하고 나서,
나는 도저히 그곳에서 더이상 나의 젊음의 시기를 낭비하고 싶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나는 밝고 당차고, 긍정적인 사람이었지만 그곳에서의 나는 점점 나를 잃어갔다.
그것이 사회생활과 회사생활을 하면서 당연한 것이라고 어른들은 말했다. 원래 회사는 그런 거라고.
남의 돈을 버는 것은 원래 힘든 거라고.
맞는 말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들을 감안하고라도 그 부당한 폭언을 당한 이후에 나는 회사생활을 지속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다행히 내가 힘들어하는 것을 알아주며 위로해주신 좋은 동료분들도 있었지만, 어느 사건 이후에는 더이상 감당할 수 없었다
내 매니저는 나에게 심리상담을 권유했지만 나는 해로운 환경에서부터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호주에 돌아갈 생각이었고, 지금이 딱 맞는 타이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호주로 돌아왔다. 지금은 비자 어플라이를 준비하며, 잠도 잘 자고 밥도 잘 먹고
운동도 하며 마음이 꽤나 평화로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예전의 나였더라면, 이런 시기를 되게 심심해하고 지루해했을 텐데,
매일이 전쟁같은 힘든 회사를 겪고 나니, 쉬어가는 시기가 너무나도 소중하고 좋다
일이 힘든 것은 어찌저찌 참아져도, 사람이 힘든 건 참을 수 없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정말 1000% 맞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던 것 같다
나에게 주어진 자유를 감사하게 생각해야겠다.
예전에는 자유로움 속에서 불안함을 느끼곤 했었지만, 지금의 나는 다르다.
하루를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며 보내는 것이 얼마나 값지고 소중한 것인지 알게 되었다
회사 생활을 할 때는 하루 종일 노동자로서 일하며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나를 위해 시간을 사용할 수 있어서 참 좋은 것 같다 (다소 게을러지긴 했지만 ..ㅎㅎ)
오늘 기준으로 호주에 도착한지 딱 일주일이 되었다.
일주일동안 은행계좌도 만들고, 비자도 준비하고, 전 직장동료분과 남자친구 친구도 만나고
꽤나 많은 일을 했다.
사실 나는 알찬 하루를 좋아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일과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며 좀 바쁘게 살아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평일에는 사람들은 다 직장에 가있기 때문에, 딱히 만날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내가 에너지를 쓰는 일 중에 하나는, 바로 요리하기!
매일 최소 한 개의 요리를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호주의 시장물가는 한국이랑 비슷한 것 같다 (사실 한국에서는 내가 요리를 하나도 하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하핳)
생각해보니, 지난 1년간 한국에 있을 때 내가 직접 요리한 적이 정말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직장다니면서 점심은 항상 동료들과 사먹었고, 저녁은 엄마가 해주시던가 외식을 했다.
하지만 여기서는 점심도시락도 내가, 저녁도 내가 직접 해먹어야 하니 사실 좀 수고스럽기는 하다만
또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니까 적응이 되지 않을까..?
그리고 운동도 꽤나 열심히 하고 있다.
집 앞에 있는 새로 생긴 헬스장이 넘나리 커서 운동할 맛이 난다 !
그런데 평일저녁은 너무 사람이 많아서 정신이 없는 듯 하다
지난 주 주말에는 남자친구와 함께 본다이 비치에도 다녀왔다.
해변에서 누워만 있는데도 좋더라~ 하지만 역시 관광객이 바글바글했다
바다 근처에서 먹은 스테이크 샌드위치 !
그리고 현재시점
내가 좋아하는 파라마타 도서관에서 할 거 하는 중~
조용하고 지어진 지 얼마 안된 건물이라 매우 깨끗해서 좋다
어쨌든, 호주로 다시 돌아와 새롭게 기반을 다져나가기 위해 차근차근 해야 할 것들을 해내는 중이다
앞으로도 브런치에 호주에서의 일상들을 기록해 나아갈 예정이니,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