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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ha Mar 10. 2024

호주에서 나를 설레게 한 남자들

1편, 아주 당돌하게 베이징에서 온 남자에게 고백하다

내 MBTI를 다시한번 언급하자면,, 나는 찐 ESFP형이다. 즉, 주변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금방 사랑에 빠지며, 여러 사람들을 끊임없이 만나는 타입.

호주에 와서도 친구들 모임, 언어교환 밋업, 운동 모임 등 수많은 모임에 참여하며 여러 사람들을 알게 되었고, 그러다가 이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이 남자를 B라고 지칭하겠다.


B는 언어교환 밋업에서 만났다. 내가 친구들과 (어떤 일본인 간호사 무리의 언니들과)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맞은편에 앉아서 인사했다. 그 테이블에는 6명정도의 사람이 앉아있었는데, 모두가 여자였고 나중에 이야기해 보니 이 친구는 모든 사람들이 여자인 줄은 모르고 앉았다가 굉장히 당황했다고 한다.


아무튼, 처음에 나는 이사람이 30대인 줄 알았다. 머리가 참 덥수룩했고, 어딘가 우리 아빠를 닮은 느낌. 점점 그 간호사 언니들과의 대화가 지겨워질 무렵, 맞은편에 앉은 이 사람과 스몰톡을 하게 되었고, 그 사람은 호주에 온 지 4년 정도 된 직장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화는 편안했다. 이 사람의 영어발음은 클리어했고, 한국 중국의 회사 문화와 호주 회사 문화의 차이점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했던 것 같다. 이 사람은 중국에서 업무 경험이 있는데, 이곳의 회사 일은 확실히 중국보다 릴렉스한 것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B는 카카오톡이 있어, 카카오톡 아이디를 교환했고, 이후 내가 화장실을 갔다가 자리를 옮겨 대화가 종료되었다. 사실은 이 사람과 대화를 더 하고 싶으면서도, 너무 오래 대화해서 부담스러운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일부러 자리를 옮겨 다른 사람들과 대화했다. 그리고 옮겨간 테이블에서도 좋은 친구들을 만나 인연을 길게 가져갔기에 오히려 잘했던 모먼트. 아무튼!


그리고, 집에 오는 길에 그 사람이 연락이 왔다. '오늘 사실 너와 더 오랜 대화를 나누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다음에 다시 대화하자' 딱 이렇게. 사실 이 때는 이사람에 대한 호감이 1도 없었기 때문에, 좀 부담스러웠고 (이 때만 해도 내가 고백하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일부러 카톡을 이어나가지 않고, 마무리지었다.


그리고 한 2주정도 나는 그 밋업을 나가지 않았다. 다른 약속들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2주 뒤 주말에 심심해서 그 밋업을 다시 나가려는데 B가 갑자기 떠올랐다. 그래서 카톡을 날렸다.


'안녕 나 오늘 거기 밋업 가는데 너 혹시 오니?'

그랬더니 바로, '응 나도 갈게' 라는 답장이 왔고,

그래서 2주만에 그 밋업에서 B를 다시 보게 되었다.







첫 만남 때와는 달리, 그 사람은 머리를 깔끔하게 자른 상태였다. 훨씬 나았다. 그리고 오자마자 나에게 인사한 후 나의 옆자리에 앉았고 우리는 대화를 또 길게 했다. 앗 아니 사실 여러 방해물들이 있었지만 (특히 우연히 만난 한 홍콩 남자..)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오래전 일이라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분명 더 가까워졌고 그 날 이사람에게 약간의 호감을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날 밤 이후, 우리는 매일매일 카카오톡 연락을 하기 시작했고, 그 다음주 쯤 한국음식을 먹으러 갔다.



한국음식을 먹으면서도, 한 3시간 정도를 내리 떠들었다.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던 시간이기도 했다. 그 사람은 굉장히 야망가였다. 투자자였는데, 본업이 투자자라 그런지 본인의 자산 투자도 굉장히 공격적으로 하고 있었다. (그 때에는 ! 지금은 뭐 바꼈을 수도 있고). 나 또한 코로나 시국에 주식 투자를 시작했고, 가상화폐 등등 재테크에 관심이 있는 편이기에 그 사람의 이야기가 참 흥미로웠다. 대학원생 시절 서울대생 한국인 여자친구가 있었다는 티엠아이도 알 수 있었고 ㅎㅎ


알고보니, 그 사람은 똑똑하고 야망있는 그런 사람에게 매력을 느끼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내가 나온 대학과, 투자를 해왔던 나의 그런 모습에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남자들 물론 취향 가지 각색이라지만 이 사람의 취향은 참으로 독특했던 것 같다..ㅎ


이 사람은 극강의 INTP였다. 매우 로봇같은 느낌이었고, 친구도 별로 없었다. 그리고 때로는 말을 너무 직설적으로 해서 나에게 상처도 줬고.


그 이후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이 사람에게 메세지로 고백했다. 고백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 이 사람이 절대 먼저 고백을 할 일이 없을 것 같아서' '내가 너무 힘들어서' 였다.


아무튼, 차였기에 직후는 힘들었지만 그 이후는 오히려 마음이 편안했다.


얼마전, 이 친구와 점심을 같이 먹었고, 이제는 정말 편안한 친구처럼 지낼 수 있게 되어 좋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그 사람에게 먼저 고백할 줄 아는 여자가 되었다는게 참 뿌듯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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