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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늘의 끝 Oct 27. 2022

제주에서의 낮술들





휴가 1일차, 바다에서의 낮술 촬영


지난 여름 휴가에 마감한 낮술 시리즈는 외출에 간단히 챙기는 안주용 스낵이었다. 며칠 제주에 있을 테니 쉬면서 천천히 촬영을  계획이었는데 왜인지 나는 도착 직후부터 나는 분주했다. '일단 각을 봐야겠다' 싶어 첫날 트렁크에   스낵들과 와인을 들고 해수욕장으로  .육아와 낮술에 대한 글을 쓴다는 말에 의아한 눈빛을 거두진 못하셨지만 어머님은 두둑한 응원의 말씀과 함께 얼음생수와 플라스틱 어항을 챙겨주셨다. 촬영에 필요한 자잘한 준비도 도와주셨다. 바다에선 아이들이  촬영용 쿠키를 받아 먹으며 파랗고 매끌거리는 미역들을 신나게 주워다 줬다. 덕분에 이상하게 귀엽고 요상하게 상큼한 칠링팟이 완성됐다.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준비 됐다.

내 촬영을 위해 오빠는 연실 아이들과 바다에 뛰어들었고, 가끔 내게 달려오는 아이들은 촬영에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줬다. 제품 사진들을 촬영하고, 메인 사진을 위해 고군분투 할 때, 오빠는 갓 찍은 사진들을 보고 촬영 구도나 스타일에 대해 조언해 주었다. 테스트를 위해 여러 각도에서 함께 촬영도 했다. 금세 메인으로 쓸 만한 컷이 탄생했다. 제주에서 가족 모두의 응원을 받은 것만 같은 ‘한낮의 바다에서 와인을 마셔요’란 제목의 시리즈가 완성됐다.






휴가 2일차, 해질녘 바다에서 우리는


이번 제주 휴가엔 드디어 일몰을 보며 바다에서 놀았다. 이전엔 종종 일몰을 보러 바다에 가긴 했지만 코로나로 오랜만에 오기도 했고 주로 아이들과는 한낮에 바다에서 놀기 때문에 참 오랜만에 바다 일몰이었다. 일몰바다 일몰바다 노래를 부르는 며느리 성화에 못 이겨 어머님은 해야 하거나 가야 하는 곳(시가가 제주다)에 대한 일정을 조율해 시간을 만들어 주셨고, 아버님의 드라이브 지원을 받아 우리가족은 해질녘 곽지해변으로 갔다. 아버님은 매번 내가 일몰 노래를 부를 때마다 그게 왜 보고 싶냐고 하시며 고개를 절래절래 하시는데 항상 일몰시간 제일먼저 체크하고 데려다 주신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덕분에 우리가족은 지는 해 아래서 반짝반짝 잘 놀았다. 지는 햇살에 부서지는 파도가 내내 잔 속 맥주 거품 같았다. 시원하고 부드러웠다.

돌아오는 차에서 하체 홀딱 젖어서 서늘서늘 한 채 끌어안은 따끈따끈한 아이들의 체온을 나눠 받으며 보랗고 까맣고 틈틈이 분홍진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는데, 감탄과 함께 ‘진짜 행복하다, 너무 벅차다, 감사하다’ 생각했다. 그 순간은 진짜 휴가였다. 별탈 없고 종종 이렇게 낭만적인 날들이 있는 일상을 나는 정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휴가 3일차, 와인처럼 달콤한 부부의 시간


마지막 날 오빠가 미리 선언했던 우리의 시간을 보내고 들어갔다. 고깃집에서 저녁을 먹으며 아버님이 '지영이 뻔뻔하다~'하고 웃으시며 다 구워진 첫 고기를 내 그릇에 주셨다. 네~ 하고 헤헤 웃으며 먹었다. 고기가 부들부들 잘 구워져서 홀랑 넘어갔다. 돌아가는 길 다들 차 타고 들어가고, 나랑 오빠랑 걸어가다 내가 이 이야기를 하니 오빠가 '뭐 처음에만 그렇지' 그랬다. 그냥 우리가 가는 길에 아버님도 나도 오빠도 오늘처럼 안 다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조금씩 이해하고 차차 변하고 오래 같이 웃으면 좋겠다. 서로 다른 생각 속에서도 같이 웃기 위해 우리 모두가 애쓴다는 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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