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한 잔을 앞에 두고 책을 읽는다. 어제 하루 묵은 에어비앤비 숙소의 루프탑은 동네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고층이다. 입에 조금 문 화이트 와인에서 짭짤하고 물컹하게 익은 사과 향이 난다.
푸드덕 날갯짓 소리가 난다. 날개를 활짝 펴고 여유롭게 포물선을 그리며 날던 새 한 마리가 저 아래 건물들 사이 전선에 앉았다. 이 빽빽한 건물들 사이에서 날아야 하는 새가 갑자기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치만 조금 더 지켜보니 꼿꼿하게 제 몸을 세우고 자신만만하게 앉아있다. 시간을 들여 바라본 그 새는 처연하기보다 용맹하고 늠름해 보였다. 멀리서 보아도 반짝이는 눈빛이 보이는 듯 했다. ‘이게 뭐라고? 이쯤이야, 이까이꺼 뭐’ 그런 기운이 느껴졌다. 아무리 도심이라 해도 저 새에게 이 곳은 제 구역이다.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게 당연했다. 생각해보면 나야말로 이 곳의 이방인이었다. 다시 새가 날개를 펴고 휘이 날아간다. 어깨를 활짝 펴고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또 다른 자신의 구역으로 근사하게 날아간다.
아빠, 나 오늘 이거 구했다 멋지지?
아이고 그게 뭐니. 나 땐 말이다 아이야, 다 숲이었어. 푸르고 좋은 먹이도 많고.
그래? 난 지금이 좋은데? 여기도 먹을 거 많아. 이거 안 먹어봤구나, 아빠? 되게 맛있어 (꿀떡)
아빠, 저기 가봤어? 아침에 내가 다녀왔는데 ...
아이고 안 된다~ 그런데 가면 안돼. 위험하잖아.
에이, 아빠 저기 안 가봤구나? 진짜 신기한 거 많고 완전 재밌어!
위험한 건 하나도 없던데? 뭐가 위험한 거야?
글쎄, 아무튼 다 위험해. 가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