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44일을 굶으면 "여러분 사랑합니다"라 말할까
단식 광대와 단식 실험들, 그리고 단식 최고 기네스 기록에 대하여.
단식 최고 기네스 기록은 382일이다(이후에는 위험이 따를 가능성을 염두해 기네스북 측에서 단식 기록을 중단했다). 1965년 스코틀랜드 던디 의과 대학교에서 실행되었던 이 실험은 A.B.씨라는 27살 200킬로그램의 남자로부터 시작됐다.
방법은 간단했다. 하루에 비타민 한 알만 먹는 대신 물은 원하는 만큼 마시는 것. 382일 중 처음에 A.B.씨는 대학병원에서 지냈지만 이후부터는 집에서 지내며 병원을 찾아와 정기적으로 소변 채취와 혈액 검사, 활력 징후 검사를 받았다. 건강검진 결과는 늘 정상으로 나왔다고 한다. 추가 복용제로는 단식 93일부터 162일까지 칼륨 보조제, 단식 345일부터 355일까지는 나트륨이 전부였다고 한다. 포도당 수치가 떨어져도 저혈당 증상도 건강 이상 증후도, 징후도 없었다고 한다. 그 상태로 1년이 지났다. 하루 평균 약 330그램씩 빠졌고 단식한지 13개월 후에는 75킬로그램이 되었다. 단식을 마친 5년 후에도 약 7킬로그램밖에 늘지 않았다고 한다. 던디 의과 대학교팀은 <대학원 의학 저널>에 A.B.씨의 단식 실험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했으며 "본 연구진은 즐겁게 협조하면서 정상 체형을 만드는 데 착실하게 응해 준 A.B.씨에게 감사를 표하고자 한다"라는 것을 끝으로 1년여의 굶기 여정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이 남자가 382일의 단식 기간 동안 그와 함께 했던 생각과 감정들에 대한 기록은 없다.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200킬로그램에서 75킬로그램이 되는 과정에서 그는 과연 어떤 욕망에서 벗어났을까.
어떤 욕구를 놓아버렸을까.
혹은 사로잡혔을까.
2003년, 데이비드 블레인이라는 한 미국인 마술사가 런던 타워브리지 상공 유리 상자에 자신을 가두어 놓고 44일간 '굶기 공연'을 했다. 약 25만 명의 사람이 하루종일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는 이 남자를 찾았고 44일간의 단식이 끝났을 때는 무려 1만 명이 그의 소감을 들으려 모였다. 데이비드 블레인이 단식을 하는 동안 그가 스스로 가둔 유리 상자 아래에서는 일부러 음식 냄새를 피우는 사람들이 있었다. 멋있다고 사랑한다고 영웅이라고 소리 높혀 찬양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반대로 조롱하며 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이 모든 것을 고스란히 느끼며 44일간 허공에 떠 있던 이 남자는 그 끝에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인생에서 단순한 것들, 이를테면 저녁놀, 미소 따위가 얼마나 고마운지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인간이 얼마나 강인한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덧없으므로, 무슨 일이든 웃어넘길 수 있는 유머 감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이것은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 여러분 모두 사랑합니다."
...나도 44일을 굶으면 "여러분 모두 사랑합니다"를 말할 수 있을까.
정신 병원을 들락거린 사람도 있다. 19세기 말 "단식 광대(hunger artist)"로 활동했던 조반니 수치는 단식 전문가로서 유럽을 돌며 30회가 넘는 공연을 했다. 그는 자신이 단식을 통해 "자신에게 선한 영혼이 들렸고, 그 덕분에 음식을 먹지 않고도 살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그가 미국 뉴욕에서 40일 단식을 마치던 1890년 12월 21일, 데일리 트리뷴은 다음과 같은 기사를 작성한다.
"그가 과연 단식이 끝나는 순간에 무슨 말을 할지 무슨 행동을 할지 어떤 광경이 펼쳐질지 남녀 수십 명이, 그 방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기대감에 잔뜩 부푼 채... 정각 8시, 수치가 침상에서 일어났다. 그 순간 그를 바라보고 있던 사람들이 행방불명된지 오래되어 죽은 줄 알았던 형제가 살아 돌아오기나 한 것처럼 반가워했다. 환호성이 잇따랐고, 손뼉 치랴 발 구르랴 야단법석을 떨었다. 수치는, 두 손은 겉주머니에 푹 찔너 넣고 허리는 거의 반으로 접다시피 굽히고 고개는 가슴께까지 수그린 채, 오른쪽 입꼬리를 추겨올려 미소를 짓고서 모두에게 답례했다."
40일 단식 후 모습이라기에는 어딘가 의뭉스러운 수치의 묘사에도 불구하고 책 <배고픔에 관하여>에서 이 "단식 광대"에 대한 설명은 이게 전부다. 이 외에도 "단식 광대"스러운 사람이 3명 정도 간략하게 더 언급되기는 한다. 한 명은 1880년 40일 단식을 단행했던 핸리 태너라는 의사. 이 사람은 영국인인데 나중에 미국으로 이민했다. 다른 두 명은 부부였던 A. 레반진 부부. 1912년 최초로 미국 카네기 영양 연구소 과학적 연구를 이 부부가 함께 진행했는데, 부인은 33일 단식을 했고 남자는 40일 단식을 했다. 육체적 정신적 모두 기록했는데 기록물로만 보면 그다지 고무되는 부분은 없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그냥 궁금해서 조반니 수치에 대해서 더 알아봤는데 검색하던 중 작년 초 1월 영국 캠브리지 대학교에서 <쓸모있는 사기꾼들: 조반지 수치와 스테파노 메르라티의 1886년 파리 단식 경쟁 Useful charlatans: Giovanni Succi and Stefano Merlatti’s fasting contest in Paris, 1886>라는 논문을 발견했다. 결론은 결국 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단식 과정이 아닌 당시 시대에 걸맞는 사기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
단식에 대해서 18세기 초에는 초능력자들의 능력이라는 인식도 있었고, 이후 사람이 아닌 동물에 대한 단식 실험도 있었는데 이 부분은 다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