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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Apr 07. 2023

자신의 머리를 떼어 배고픈 아이에게 주는 영웅

책 <네, 호빵맨입니다> ★★★★☆

처음 호빵맨을 본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배고파 우는 아이에게 자신의 머리를 떼어 이거 먹어 하고 주는, '바지 위에 팬티 입은' 영웅을 TV에서 본 순간 소름이 끼쳤다. 뻥 뚫린 머리 안으로 고스란히 보이는 팥 앙금, 그러나 서글서글 미소를 띠고 있는 주인공. 슈퍼맨도 왕따 안 당하려고 지구를 지킨다는데 이 착한 히어로는 뭐지. 그리고 이런 영웅을 만든 사람은 누굴까.




동네 도서관을 서성이다가 보물을 발견했다. 바로 호빵맨의 작가 야나세 다카시의 에세이 <네, 호빵맨입니다>(현재 절판).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선하고 단단한 마음의 소유자이자 예상외로 꽤 오랜 시간 빛을 보지 못한 예술가라는 걸 알고 놀랐다. 나의 롤모델은 늘 무라카미 하루키였는데 두 번째 롤모델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생겨 기쁘다.





* 야나세 다카시.


* 1919년 생 2013년 사망.


* 1973년 만 54세에 그림책 <호빵맨>을 발행했으나 출판하고 5년이 지나도록 반응 무. 그런데 이유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어린아이들로부터 서서히, 천천히 작품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


* 1988년 만 69세에 <호빵맨>이 TV 애니메이션으로 송되면서 전세계적으로 폭발적 인기.


* 2300개가 넘는 캐릭터 (2009년에 이미 1768개의 캐릭터로 이미 기네스북 등재)


* 예술은 사람의 영혼에 깃들기 때문에 긍정적인 것만 담아야 한다고 믿음


*그래서 호빵맨의 모든 캐릭터들은 - 심지어 악역조차 - 다 선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함 (예를 들어 악당인 세균맨조차 호빵맨이 만들어지기 꼭 필요한 세균/이스트)


* 모든 캐릭터가 주먹을 쥐고 있는 이유 - 작가가 사람은 기운을 힘을 내거나 기운을 차리려고 할 때 무심결에 주먹을 쥔다고 생각. 따라서 호빵맨을 보고 읽는 모든 사람들이, 특히 어린아이들이 어떤 상황 속에서도 힘을 내길 바라는 마음에 모두 주먹을 쥐고 있는 모습으로 그림.


* 자신의 고향에 호빵맨 박물관을 만들어 인구 6천이 안 되는 곳에 (작가가 살 때는 2만) 49일 만에 연간 목표인 10만 명 달성





사족:

작가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에 공감되고 이해되는 부분이 많아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위안을 받았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책은 현재 절판이고, 도서관을 돌아다니다가 (이런 좋은 책을 우연히 발견하는 일이 많기에 도서관을 아무 이유 없이 자주 돌아다님) 우연히 발견한 거라서. 책은, 영화는 그래서 좋은 것 같다. 시공간을 넘어서 힘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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