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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Apr 08. 2023

나보다 더 나를 믿는 단 한 사람만 있다면.

영화 <에어> ★★★☆

예전에 어디선가, 사람은 자신을 믿어주는 단 한 사람이 있어야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말은 들은 적 있다. 만약 그 단 한 사람이 없다면? 자신이 스스로에게 그 한 사람이 되어 주어야 한다고 한다.




실화를 다루는 영화라는 건 알고 있었고 신뢰 가는 배우와 감독 작품이니 당연히 티켓값을 할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가장 놀라웠던 건 마이클 조던이라는 신화적 선수도, 에어 조던의 억대급 매출도, 3인자 나이키의 1인자 계승도, 직감 하나만 믿고 밀어붙였던 나이키 직원들도 아니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충격적인 인물은 스포츠 업계에 전례 없는 계약을 성공시킨 마이클 조던의 어머니, 들로리스 조던이었다.



아들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두면서도 굉장한 카리스마와 사업 수완으로 최전선방에서 세계적인 기업을 상대로 협상을 주도한다. 정말 주부로만 생활한 사람이 맞나? 아무리 영화적인 요소가 가미되었다 하더라도 놀라웠다. 특히 마지막, 아디다스와 컨버스도 아닌 3인자 나이키와의 계약을 결정하고 나서도 그냥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내 아들의 가치를 나도 알고 당신도 알지 않냐"면서 지금까지 업계에서 단 한 번도 없었던 기업 대 선수의 수익 분배를 요구했을 때 - 대체 빽도 없고 상류층 교육은 커녕 명문대도 졸업 못한 평범한 삶을 산 여자가 어떻게 저런 능력을 키웠는지, 궁금했다.


https://www.womenshistory.org/education-resources/biographies/deloris-jordan


아쉽게도 검색 결과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다.



세계적 선수라는 수식어도 부족한, 역사적인 선수를 만든 사람의 삶이 궁금해 여기저기 검색해 봤는데 너무나도 평범하다 못해 아무것도 없다(고등학교 졸업하고 직업 학교 다니다가 바로 결혼). 그나마 재미난 사실은 고등학교 때 만난 남자와 3년 연애하고 바로 결혼해서 마이클 조던을 포함한 5남매를 낳았다는 것과 부모 모두 농구에 특별한 재능이나 취미는 없었다는 점이다. ...아무리 내 아들이라고 하더라도 대체  무지막지한 믿음은 어디서 나오는 거지?



협상 능력은 아무리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고 할 정도로 탁월하다. 이런 경우 그냥 타고났다고 해야 하나. 그럼 이런 사람은 만약 하버드나 스탠퍼드 같은 일류 대학에서 공부했다면 어떤 인물이 되었을까. 완전 여장부-가 아니라 장군감이다. 마이클 조던의 어머니 사랑은 유별나기로 유명한데, 이해가 갔다. 나보다 더 나를 믿는 사람이라니. 그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지지하고 응원하고 당근과 채찍 그 이상으로 나를 성장시키는 사람이라니. 사랑할 수밖에 없지.



하지만 마이클 조던 외 나머지 형제들은 농구를 포함해 그 어떤 특출함도 보여주지 않았다. 마이클 조던의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이유는 뭘까. 마이클 조던은 왜 자신의 어머니 같은 아버지가 되어 자식들을 키우지 못했을까. 아니면 너무나도 뛰어난 부모를 둔 아이들은 그냥 그 자체만으로 질려 비틀려 버리고 만걸까.



... 나는 저런 협상을 할 수 있나?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영화를 다 보고 마이클 조던에게 부러웠던 건 그의 능력이나 부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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