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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Apr 11. 2023

18. 저주

나는 왜 달릴까.

* 이 글은 2022년 6월에 쓴 글입니다. 



이번 주는 내내 구토를 했다. 진통제를 부여잡고 늘어지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병원에 갔다. 나를 자주 본 의사는 미소를 지으며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했다. 나는 그냥 웃었다. 

 

 

나는 왜 달릴까. 

달리면서 왜 그렇게 많이 울까. 

뛰기 싫어서 뛰고 싶어서 아니면 너무나도 많은 것들이 뒤엉켜서? 



한 달 전 하프 마라톤을 끝내고 한동안 달리지 못했다. 몸이 문제가 아니라 마음이 문제였다. 땀을 거의 흘리지 않은 채 쉬엄쉬엄 뛰었는데도 나는 예상 시간보다 무려 20분을 앞서 완주했다. 게다가 이상할 정도로 아픈 곳이 없었다. 오히려 10km는 더 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기쁘지 않았다. 함께 완주한 사람과도 즐거움을 느낄 수 없었다. 



21.095km를 달리고 나서 내가 느낀 것은 무력감뿐이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결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다는 무력감. 나는 나도 모르게 내가 원하는 내가 되어 있는데 내 주변에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변한 것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포기. 포기. 포기해. 그 누구에게도 이해 받지 못할 거라는 욕설이, 그 누구에게서도 사랑 받지 못할 거라는 저주가 떠올랐다. 



모든 걸 그만 두고 싶었다. 나는 더이상 달릴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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