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1일1생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인 Apr 12. 2023

27. 이혼

이혼이 사람을 부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1.

롤모델로 삼았던 언니가 있었다. 이 언니가 이혼을 하더니 부서졌다. 그리고 나도 결국 손절을 했다. 이후 지인을 롤모델로 두는 일은 사라졌다.



2.

멋진 사람이었다. 고대 중문과를 나와 외대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하고 북경대 석박사 나와서 서울대 강사로 일했다. 목표가 교수였는데 지금 서울대 교수가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본인은 고대 외대 서울대 북경대 "뒤죽박죽"이라 뿌리가 중요한 교수 정치 사회에 적응을 못해 힘들다고 했다. 애초 교수라는 직업에 매우 부정적인 나에게 (20살짜리 여자애들에게 모닝콜 해달라는 교수들 포함해서 진짜... ) 그래서 언니는 아니아니 교수 말고 학자가 되고 싶어 라고 늘 말했었다. 나는 언니가 학자가 되면 좋다고 생각했다. 어울렸다. 몸도 마음도 머리도 외모도 다 멋지고 뛰어난 사람이었다. 



3.

그런데 언니가 이혼하더니 이상해졌다. 게다가 본인이 원하던 이혼이었다. 결혼하고 2년만이었다. 다행이 아이는 없었다. 언니 입으로도 남자 잘못은 없었다. 그냥 안 좋아져서 헤어졌다고 했다. 잠자리가 즐겁지 않다. 그래서 헤어졌다. 그게 이유가 전부냐 그러니까 진짜 그게 전부라고 했다. 그렇게 본인이 원하던 이혼을 했는데, 그런데 이상해졌다. 강의 나가는 학생과 이상한 관계를 맺고 (그 학생을 나에게 보여줬다. 서울대 경영학을 졸업하고 증권가 취직했다고 한 턱 쏜다고 나와 언니를 불렀는데, "요상한 새끼"였다. 더러운 느낌이 드는 사람이었다.) 사람들하고 싸우고 끝도 없이 자기 비하를 시작하더니 새로 만난 남자도 수 년전에 헤어졌던, 언니를 함부로 대하는 남자였다. 기가 막혔다. 집에 돈도 많고(언니가 이혼하자 그녀의 아버지는 페라리 스포츠카를 사줬다) 학벌도 좋고 머리도 좋고 얼굴도 소개팅 나가면 남자들이 다 좋아할 정도로 예쁜데 왜 이런 말도 안되는 선택들을 하는지 이해할 수 가 없었다.



4.

언니를 손절했을 때를 기억한다. "왜 너도 날 함부로 대하냐"라고 언니가 말을 했을 때다. 그날 언니 집 근처에 있어서 시간되면 맥주 한잔 하자고 해서 언니가 나온 날이었다. 언니는 약속을 2주 전에 잡아야지 너는 내가 한가한 줄 아냐며 왜 이렇게 직전에 나에게 연락하냐면서 화를 냈다. 어이가 없어서 멍하니 언니를 쳐다봤다. 분명 이 일로 이 말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건 알았다. 하지만 나도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언니를 가만히 보다가 맥주값을 내고 나왔다. 그게 우리 관계의 끝이었다.



5.

이혼이 사람을 그렇게 부술 수 있는지 몰랐다. 그렇게 아름답던 사람이 그렇게 추해질 수 있는지 몰랐다. 



언니는 언니를 함부로 대하던 남자와 재혼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26. 결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