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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Apr 22. 2023

49. 뇌막

뭐야 이 사람은. (주의: 네 이 글은 일기입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처음엔 신기했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대화를 잘 하다가도 항상 어떤 얇은 뇌막같은 게 느껴진다. 그런데 그게 기분 나쁘거나 위험하거나 더러운, 쎄한 기분은 또 아니라서 이게 뭔지 모르겠다. 뭐야 이 사람은?



쎄한 사람이 아닌 경우 나는 좋아하거나 관심없거나 둘 중 하나인데 이 사람은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관심이 없는 건 또 아니어서 신기하다. 일단 궁금하거든. 이런 사람 처음 봤어. 사람이 궁금해진 건 오랜만이다. 대체 무슨 성격이라 이런 말을 하고 저런 행동을 하는거지? 게다가 더럽거나 위험한 느낌은 없는데 대화할 때마다 희한한 뇌막이 느껴져. 친구가 될 것 같다가도 어우, 절대 친구는 안될 것 같은. 나뿐만 아니라 그 누구와도 말이지.  



그래서- MBTI가 뭐냐고 물어봤다. 아니 진짜 이 상황이 신기하고 재밌고 그리고 정말로 궁금해서. 그랬는데 허허. 태어나서 처음 보는 MBTI야. 게다가 나랑 딱 하나만 달라. ...그래서 맞는 듯 하면서도 안 맞는건가. 물론 뭐든지 과유불급이라고, 맹신하면 안된다지만 그래도 MBTI는 점이나 미신이나 사이비나 별자리 혈액형보다는 신빙성 있잖아? 그래서 그런가. 기묘하게 불편해. ...너 진짜 친한 사람들이 있기는 해? 아는 사람들은 정말 많을 것 같아. 두루두루 친한 것도 알겠고 인기가 많은 것도 알겠어. 그런데 정말로, 정말로 친한 사람들은 없을 것 같아. 어쩐지 본인도 그 부분은 납득하고 수용한 것 같고. ...너 밤에 잠. 잘 못 잘 것 같아. 자는 거 힘들어 할 것 같아 어쩐지. 음.



흐음. 아쉽다.

난 운전하면서도 그렇게 백미러로 30분 넘게 계속 아이컨택하면서 말하는 사람도 처음 봤어. 그게 단순 운전 실력이고 능력인지, 아니면 몸에 밴 예의의 결과인지는 모르겠지만 - 내 입장에서는 대화하는 거 그닥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30분 넘게 주욱 한 주제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스스로 오오, 이 사람과 친구가 될 수 있겠다! 싶었는데 또 그렇게 되다가도 막판에는 이런 뇌막, 선 긋기, 야 꺼져 저리가 저리가가 느껴지니 이거 원. 뭔 경계심이 그리 강해- 살면서 무슨 일 있었어? 아. 그래서 지난 번에 그렇게 갑자기 친한 척 했구나, 내가 그렇게 느꼈다는 걸 알아서. 흐음... 그래 신경 쓴 건 고마워요. 진짜로. 그게 너만의 미안해 표시였구나.




우리가 친구가 된다면 정말 재미난 일들이 많았을텐데.

아쉽다.




재밌다, 뇌막.



그래도 여전히 그 경계심은 쓰잘데기 없는거야, 라는 생각에는 변함 없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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