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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Apr 24. 2023

만 41살에 데뷔한 심야식당 만화가의 에세이

책 <별것 아닌 이야기>

호빵맨을 그렸던 작가는 54세에 작품을 내놓았지만(https://brunch.co.kr/@herbs/313) 세계적인 빛을 볼 때는 만 69세다. 그에 비하면 심야식당 작가는 아기(!)일 때 성공한 셈이다. 이 책은 그 유명한 심야식당의 만화가 아베 야로의 에세이다. 호빵맨의 다카시 아저씨처럼 책을 읽고 나자 이 아저씨도 더 좋아졌다.




나는 원래 기질적으로 강하지 못해
출판사에 직접 부딪힐 용기가 없었는지라 만화상에 응모하는 방법을 택했다.



요즘 들어 더더욱 여기저기서 말하는 방법론에 질려 버렸다. 성공하는 사람 00법칙, 취직 이직 잘하는 00법칙, 연애 결혼 00법칙 등등등, 갑자기 그 모든 것들이 다 성가시다 느껴졌다. 다이어트나 건강, 피부에 대한 법칙도 마찬가지다. 결국 모든 일들은 단순하고 단순하다. 일단 내 몸에 나쁜 음식을 넣지 않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고, 배고프면 먹고 고프지 않으면 그만 먹고 동시에 매일 적당한 운동을 하고,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몸이 날씬해지고 건강해진다. 인간관계는 사실 더 단순하다. 같이 있을 때 머리 아프고 불안하고 내가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하면 피하고 거리를 두어야 한다. 그리고 나를 최우선으로 두어야 한다. 나한테 잘하는 사람은 남한테도 예의가 있다. 상처 안 준다. 성공도 돈도 행복도 다이어트도 연애도 결혼도. 긍정. 집중. 지속하는 3 요소만 갖추면 사실 모두 스스로의 만족도 70점은 갖출 수 있다.



문제는 그게 잘 안된다는 거지. 나도 안다. 직장이나 가족, 피곤한 연인을 두면 잘라내기 어렵다. 이미 몸이 망가진 상태에서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고 운동을 한다고 해도 바로 살이 빠지고 건강이 돌아오진 않는다. 그런데 결국 이 모든 건 시간의 문제 아닌가. 많이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잖아. 결국 방법이나 법칙은 단순하다는 예나 지금의 생각에는 변함 없다. 그래서 더더욱 이렇게 000해라 5가지 방법, 000하지 마라 5가지 방법같은 이야기가 싫다. 인생 날로 먹으려고 하네. 인생 쉽게 살려고 하네. 반칙 심보로 보인다.



그래서 더더욱 심야식당과 호빵맨 만화가같은 사람이 좋다.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법칙에 흔들리기보다는 (물론 매우 많이 흔들리고 다치고 울기도 하지만 흔들리고 다치고 울고 나서 다시 툭툭 일어나) 그 안에서도 묵묵히 자기 갈 길을 가는 사람들. 난 요즘 이런 사람들이 자꾸만 멋있어 보인다. 다시 조금이라도 매일 매일 글을 다시 쓰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매일 매일 하는 것. 남들이 뭐라든 간에. 성과가 당장 눈에 보이든 안 보이든 간에- 괜찮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꼭 보이니까. 오늘 러닝했다고 내일 당장 살이 빠지진 않지만, 일주일만 지나도 몸이 달라져 있다구 - 그러니 한달이나 일년 뒤면 얼마나 이쁘고 멋있겠습니까.



그나저나 쓸데없는 참견같지만, 하루라도 빨리 행동으로 옮기시는 게 좋습니다. 예술가 (당장 돈벌이가 목적이 아닌 사람이라는 의미)가 되건 프로가 되건 실제로 현실에서 무언가 지속적으로 행동을 일으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자신의 세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나서 (또는 제대로 준비를 마치고 나서) 행동하자는 생각은 유치합니다(애같죠). (뭐라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지만) 행동을 하면서 그때마다 고민하고, 그때마다 무너진 부분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이 옳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친구들에게 보이는 것까지는 했으니 이제 조금만 더 반경을 넓히면 참 좋을텐데'라는 생각을 합니다.


 

참고로 저 위의 말은 심야식당 작가가 한 말이 아니라 그의 후배 아따맘마 작가에게 들은 말을 자신의 책에 옮긴 것이다.





아베 야로

1963년생

만41세 데뷔 - 제53회 신인코믹대상 <야마모토 귀 파주는 가게> 대상 수상

2010년 일본만화가협회상 대상

2010년 소학관 만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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