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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Apr 27. 2023

61. 시점

제한적 전지적 시점?

최근에 <거울 속 외딴 성>이라는 소설을 읽고 있는데 책 시점이 희한해서 소설 시점에 대해 다시 공부해 봤다. 그 결과 이 소설은 '제한적 전지적 시점'이라는, 처음 들어보는 시점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는 걸 알게 됐다. 1인칭 주인공 시점이나 1인칭 관찰자 시점, 혹은 전지적 작가 시점 이렇게 3가지 시점에만 익숙한 나에게는 색다른 독서 경험이었다.



'제한적 전지적 시점'은 이야기의 화자가 '나'인 1인칭 주인공/관찰자 시점이 아닌 타인이라는 점에서 3인칭이다. 이 시점은 등장인물과 동일시하지 않는데 그렇다고 전지적이라고 할 수 없는 이유가, 시점을 등장인물 중 오직 한 사람만을 선택해 이 사람의 눈으로만 보이는 일과 이 사람의 생각만을 알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거울 속 외딴 성>을 보면 독자가 알 수 있는 건 오직 한 등장인물의 생각과 행동반경, 보이는 것들 뿐이다. 오직 한 인물에 한해서만 '전지적'이다.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가장 많이 떠오르는 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들. 거의 대부분이 '나'다.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위대한 개츠비>.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나에게 가장 큰 즐거움을 준 작가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더글라스 애덤스. 그럼 내가 오랜만에 크크큭거리며 봤던 <사이키 쿠스오의 재난>이라는 애니메이션 시점은 뭐지, 하고 또 검색해 봤는데 이것도 처음 들어보는 '1인칭 전지적 시점'이라는 걸 알게 됐다(이 작품은 주인공 쿠스오의 시점 '나'로 전개되는데 쿠스오가 초능력자라 모든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다).



글을 쓴다면 늘 1인칭 주인공 시점이나 관찰자 시점이 편하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제한적 전지적 시점'으로 쓰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생각하면 할수록 이 '제한적 전지적 시점'이라는게 가끔 내가 스스로 한 발자국 떨어져 내 인생을 바라보고 싶을 때 사용하는 시점과 비슷하다는 걸 알게 됐다. 이건 내가 내 인생을 객관화하고 싶을 때 자주 사용하는 방법인데 와아, 여기에 이런 학술적인(?) 이름을 붙일 수 있는지는 처음 알았네. 참고로 내 인생은 시트콤이다. 블랙 코미디가 곁들인 명랑 로맨틱 판타지(?) 시트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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