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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May 05. 2023

딸을 죽인 사람도 용서하는 방법.

책&영화 <오두막>

나의 딸을 죽인 사람도 용서하는 법, 그리고 그 용서를 통한 사랑과 마음의 평화를 얻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다. 신에게 찾아가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거냐고 따진다는 신선한 전개때문에 매우 종교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데 비종교인이 봐도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는 장점이 있다. 개인적으로 신과 용서, 사랑에 대한 범종교적 해석이 마음에 들었다. 혹 지금 누군가를 용서하는데 힘든 사람이 있다면 한번 보는 걸 추천한다.


책보다는 영화가 훨씬 더 좋다.



이 책은 무려 100쇄를 돌파했다. 독립 출판의 대성공 예시라면 이 책이 떠오르는데 무려 26군데가 넘는 출판사에서 거절을 당했는데 - 그냥 작가 본인이 쓰고 싶은 이야기를 쓰다가 친구 한 명에게 읽어보라고 줬다가 그 친구가 와 좋다, 내 친구도 주게 하나 더 줘, 이러다가 이 하나 더 줘가 퍼지고 퍼져서 결국 출판사에도 돌리게 된 건데- 다 퇴짜 받자 저자가 열 받아서(!!??!!) 그냥 본인이 독립출판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독립 출판이 대박을 치는 덕분에 이제 역으로 출판사에서 연락이 오고, 그래서 전세계적 베스트셀러 중 하나가 되었다.



사실 이 책을 읽다보면 왜 처음에 출판사 몇 십군데가 거절했는지 그 이유를 바로 알 수 있다. 초반 100페이지까지 보이는 작가 글솜씨가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참기 어려운 책의 초반 1/3을 넘기고 나면 마치 동화 속 이야기같은 삼위일체의 신과 주인공의 만남이 이어진다. 여기서는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는 것처럼 재미나다. 한번쯤 생각나게 하는 부분도 있고. 가령 용서라는 건 나를 지배했던 것에서 스스로를 풀어주는 행동이라는 건 무척 공감이 되었다.




폭력적인 아버지와 무기력한 어머니 밑에서 자란 주인공은 그래도 그 아픔 덕분에 착한 남편이자 좋은 아빠가 되어 있다. 그의 가족은 무척 화목하다. 하지만 어느 날 온 가족이 함께 떠난 휴가에서 눈 깜짝할 새에 납치되어 죽은 어린 딸을 계기로 이 집은 풍지박산이 나고 만다. 이 이야기는 신과 삼위일체를 만나며 그  살인범을 용서하고, 나의 삶을 되돌아보는 이야기다.




용서도 훈련이 필요하다. 마음에 없어도 자신의 딸을 죽인 사람을 왜 용서하는지 설명하는 삼위일체, 그리고 일단 입 밖으로 내뱉으며 용서한다고 말하는 주인공을 보며, 그리고 나아가 자신의 아버지를 만나 아버지 역시 용서하게 되는 주인공을 보면 눈물 한방울이 또르르(!) 흐른다.



아무 죄 없는 내 사랑을 죽인 사람도 용서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에 내가 용서할 수 없는 것은 없을 것이다.





추신:


최근에 읽은 테드 창의 <숨>에서 용서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 부분을 기억과 굉장히 밀접하게 연관시켜 흥미로웠다.



생생한 기억, 잘못 기억된 기억, 그리고 늙어 희미해지고 그래서 결국 소멸해가는 기억과 용서의 상관관계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결국 그 글에서 용서는 기억과 관계가 없었다. 어떤 종류의 기억이든지 그것을 대하는 당사자의 마음가짐과 포용력에 대한 이야기로 예측하지 못하게 결말을 맺는데, 나에게는 그 SF단편집에서 말하는 용서에 대한 이야기가 종교적으로 해석하는 영화 <오두막>에서 말하는 용서와 다른 듯 하면서도 비슷하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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