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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May 06. 2023

도망칠 필요없어, 변할 필요없어, 넌 이미 충분해.

영화 <가오갤3>

12세 관람 등급을 받았지만 15세 등급을 받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중간 중간 무섭고 징그러운 장면들이 많다. 샘 레이미의 경력 덕분에 무서울거란 소문이 돌았던 닥터 스트레인지는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았던 반면, 가오갤3는 동물 러버인 나에게는 약간 버거운 장면들이 지속적으로 나와서 조금 힘들었다. 하이 에볼루셔너리의 민낯도 12세 아이들에게는 폭력적이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하지만 영화는 좋았다. 


제임스 건 감독은 분명 뛰어난 각본가이자 연출가다. 그리고 아마도 자신의 유년기 트라우마를 가장 잘 승화시키는 예술가이기도 하다. 페이즈5로 접어든 마블 세계관 영화들 중 스파이더맨 이후로 아주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영화였다. 


제임스 건의 메세지는 늘 한결같다.


지금 너 자체만으로도 충분해.

너의 아픔을 알아. 나도 같은 걸 겪었거든.

세상은 우리보고 이상하다지만 그게 뭐 어떠니.


도망칠 필요 없어. 

변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어.


넌 멋져. 

넌 이미 사랑스러워.



음악은 뭐, 말할 필요 없이 당연히 좋았고, 액션씬도 좋았다.


가모라와 퀼의 새로운 관계 성립도 마음에 들었다. 4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지만 너무나도 다른 사람인데 어떻게 우리가 연애를 하고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분명 끌리는 부분이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우리는 이미 지나간 관계다. 미래는 어떨지 모르지만 지금은 이미 갈라진 사이다. 그런 부분들이 잘 보여져서 좋았다.


아담 워록의 역할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오히려 영화의 현재 설정이 좋았다. 일찍 태어나서 - 태어난지 하루밖에 안되서 사리 분별을 못하는 아기 설정인게 애초 신적인 능력을 가진 아담 워록의 오리지널 능력치를 영화에 맞게 변경한 것 같아 스마트한 결정으로 보였다. 



제임스 건은 첫 번째 가오갤은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고, 두 번째는 아버지, 마지막은 '나'에 대한 이야기라고 했다. 원하던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해 "자기 자신을 모두 미워하는 (드랙스 빼고)" 모든 캐릭터들이 그토록 원하던 가족과 사랑과 우정을 만나서 기뻤다. 



그 가족과 사랑과 우정은 우리가 원하던 사람, 원하던 방식은 아니었지만 분명 존재한다는 메세지가 좋았고, 그걸 얻기 위해 내가 바뀔 필요 없고 도망칠 필요는 더더욱 없다는 한결같은 메세지가 화장실 유머와 잔인한 학대 속에서도 흥겨운 음악과 멋드러진 액션으로 나를 즐겁게 했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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