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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May 14. 2023

부모님과 이혼하는 방법은 뭔가요?

영화 <부모님과 이혼하는 방법>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이야, 제목 참 잘 지었다.


원제는 "The Family Fang"이다. 직역하자면 "Fang네 가족 이야기"쯤 되겠다. 덕분에 이 영화가 코미디인 줄 알았다가(감독과 주연이 코미디 영화에 많이 나오는 제이슨 베이트먼인 데다가 제목 때문에 속았다) 기분 좋은 뒤통수를 당했다.


평점이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관객도 평론가도 낮은데, 가만히 다 보고 나면 몇 가지 생각거리를 주는 영화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박한 점수는 주지 않으련다.



이 영화는 아주 유명한 예술가를 부모로 둔 남매의 인생 극복기이자 예술이라는 명목으로 자녀를 방목하고 방치한 부모의 이야기다.



여기 나오는 부모는 끝까지 자신들이 잘못했다고 하지 않는다.

사과를 하나, 사과 아닌 사과를 한다.





세상이 알아주는 행위 예술가 부모를 둔 이 남매는

부모에게 언제부터인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일평생 끌려다니며 행위 예술의 일부분이 되어 남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다. 이때 아이들은 부모의 예술에 일부분이 되는 것을 즐거워하는 듯 보인다. 매일매일이 모험이자 즐거움이자 행복처럼 느껴진다.


성인이 되어서는 누나는 배우가 되고, 동생은 소설가가 된다.



그런데 어느 날, 부모가 갑자기 사라진다.

워낙 유명한 예술가들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것도 행위 예술의 일부인가 하다가, 결국 세계적인 이목까지 받을 정도로 일이 커져 경찰까지 대대적으로 수사를 시작하고 - 이후 점점 죽었을 거라는 쪽으로 결론이 잡힌다.

 


이때,


누나는 계속해서 "그럴 리가 없다, 분명 어딘가 살아있다, 또 옛날 같은 행위 예술이라고 하면서 장난치는 거다"라며 부모의 실종을 믿지 않고, 동생은 "그래 누나 말대로 설령 그렇다 치자. 살아있다고 치자. 그런데 이렇게까지 한다는 건, 부모님은 우리가 찾길 바라는 게 아니다"라며 누나의 계속되는 의심에 동조를 하는 듯하면서도 동의를 하지 않는다.





그러나 끈질긴 누나의 촉(?)이자 아집 덕분에 결국 부모를 모두 찾게 된다.

죽음을 가장하다니, 이게 도대체 아니 평생 우리에게 뭐 하는 짓이냐며 따지는 남매에게 그 유명한 예술가 부모는 이렇게 말한다.



"그래 너희들은 우리가 너희를 망쳤다고 하지. 그런데 그거 알아? 그게 원래 부모의 역할이야. 부모는 자식을 망치고 그 자식이 또 부모가 돼서 또 그 자식을 망치고. 그런데 우리가 너희들한테 못해준 게 뭐가 있냐? 늘 같이 있었고 학교 다니게 해 줬고 먹을 것 잘 수 있는 곳 다 줬잖아!"



남매는 손을 잡고 부모에게 등을 돌린다.

우리는 이제 영원히 다시 볼 일이 없을 거라면서.




누나는 어른이 되어 배우가 되었다.

연기를 못한다고 놀림받는 연기자가 되었다.


아마 행위 예술을 하는 무모한 부모 밑에서 자라며 배우고 커서도 할 수 있었던  건 연기라는 것 하나였을 것이다. 그러나 무책임하고 제멋대로였던 부모와 달리 자신은 카메라 앞에서 "약속된 언행"을 이행하는 책임 있는 연기자가 되는 것으로 부모와는 다른 길을 걸어간다.



동생은 어른이 되어 소설가가 되었다.

책 한 권 내고 더 이상 쓰지 못하는 소설가가 되었다.


동생이 소설가가 된 이유는 늘 끌려다니며 부모가 하라는 데로, 아무것도 모른 채, 늘 곁에 있지만 항상 주위에 없는, 그 어떤 이야기도 대화도 없는 부모와의 오랜 세월 속에서 유일하게 자신이 통제할 수 있고 이야기할 수 있고 솔직해질 수 있는 행위가 소설을 쓰는 것이었기 때문에 소설가가 되었다.






부모에게 등을 돌리고 난 후 드디어,

동생은 자신의 소설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러니 아마 그의 누나도 이제는 제대로 된 연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 부모님과 이혼하는 방법 (원제: The Family Fang)

감독: 제이슨 베이트먼

출연: 제이슨 베이트먼, 니콜 키드먼, 크리스토퍼 월켄

개봉: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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